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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왕
권재원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평점 :
보라색 표지는 방 한 켠에 있는 책장이 떠오른다. 어질러진 듯 자연스러운 배열의 이 그림에는 본문 속 아이들의 수집품이 담겨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메달을 목에 건 인형이다. 손을 들어 독자에게 인사를 건내는 인형 위로 책 제목 ‘수집왕’이 큼지막하게 보이고, 권재원 작가의 이름도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림책 표지에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이 숨어있다. 아이들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책 표지를 살펴볼 수도 있다.
나도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니 일기장을 몇 년 동안 모았었다.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은 놀이터에서 총알을 줍고, 돌멩이를 주우며, 색종이 작품과 각종 그림, 껌종이까지 모아대는 딸들과 살고 있다. 박물관은 어마어마한 수집품이 잔뜩 모인 곳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언가 소중히 여기고 모아두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이구나.
권재원 작가는 모으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수집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열두 명의 수집왕들이 모아온 보물들을 꺼내 보인다. 내가 보기에 다소 파격적인 수집품도 있었다. 본문을 넘기면서 내가 소중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나는 보물창고에 무엇을 담아두고 싶을까, 혹은 나만의 보물창고는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하는 생각도 절로 떠올랐다.
매달 책 읽는 가족 선정도서를 제일 먼저 읽어보는 9살 큰 딸이 어느 날 자기 방에 비밀공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6살 둘째 딸도 덩달아 같이 하겠다고 야단이었다. 내가 보기엔 늘 잡동사니가 들어있던 공간이었지만, 그곳은 바닥에 마스킹테이프로 본인만 알 수 있는 암호가 붙여졌고, 절대 다른 사람은 열어볼 수 없는 보물창고가 되었다.
“엄마가 보기엔 쓰레기더라도 나한테는 소중한 거야.”라고 외치던 딸아이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 거린다. 그래. 딸. 즐겁게 모아라~ 파이팅!
내가 좋아하고, 오랫동안 소중하게 모은다면 무엇이건 수집품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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