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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합시다 - 삶의 가장 소중한 대화로 이끄는 22가지 질문
마이클 헵 지음, 박정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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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 합시다라는 긴 제목에 왠지 끌려 을유문화사 인스타그램에서 서평단 신청을 해서 책을 받았어요. 


원제는 데스오브디너라는 심플한 제목으로 저자가 요리사 겸 기고가 라고 날개에 쓰여있네요. 앞을 조금 읽다 말고 날개를 펼쳐 그것을 보고 바로 이해가 갔어요. 앞부분에 저자는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며,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모임에 대해서 쓰고 있거든요.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어려워하고, 죽음이 코 앞에 와서야 그걸 거론하는데 그렇게 죽음을 불길하게 생각하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것을 저자는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을 더 소중히 생각할 수 있고, 죽음은 우리 모두가 겪는 변화의 한 과정이니까요. 죽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어머니 아버지에게 죽음 전의 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연명 치료는 받고 싶었는지 등등을 물어보는건... 너무 효율적이지 못하고, 죽기 전의 짧은 생을 보내는 법을 고려하기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말하죠. 저자는 죽음을 우리가 더 자주, 더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중했던 사람을 잃었던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죽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지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러한 강연을 다니며 느낀 것들의 총합입니다. 아마 이 책을 쓰는 것 역시 강연을 다니고, 사람을 초대해 요리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걸린 시간만큼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겠고요. 서문과 앞장의 설명을 제외하면 다음장부터는 모두 죽음에 관한 질문들인데요. 저자는 이 책을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단숨에 읽을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앞부분을 제외하면 몇몇 군데를 빼놓고 발췌독을 했어요. 


우리 나라 역시 저자가 살고 있는 북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을 거예요. 대화가 단절된 가족, 어둡거나 내밀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을 꺼려하는 대화 문화 등을 생각해보면 말예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을 말하기 시작하는 아주 좋은 방법 같아요.


이제 나이 드신 부모님께, 죽음 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 간 소중한 사람을 잃어가며 느꼈던 감정들은 어땠는지, 죽기 전에 드시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등이 있는지 같은 걸 물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이야기가 쉽게 나오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벌써부터 죽어라, 죽어라 하는거냐 하고 오해하실 수도 있고, 그렇게 살갑게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성격도 못되고요. 그러니 그저 이 책을 사 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부모님들도 말은 안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죽음에 대해, 늙음에 대해 느끼고 계신바가 많으실테니 어쩌면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으실 수도 있을 테고, 책에서 늘어놓는 질문에 답을 해가며 완독한 후에는 저에게 먼저 말을 거실 날도 오겠죠. 있잖아, 딸아. 너희 할머니가 죽었을 때 나는.. 하고 말이에요. 새해에 읽기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신년부터 죽음을 말하자니 이상한가요? 원래 잘 시작하려면 끝부터 생각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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