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당신을 위한 공감 수업
아서 P. 시아라미콜리.캐서린 케첨 지음, 박단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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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 군이 작곡 한 노래이기도 한데요. 이 곡을 들을 때 뭔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종현 군의 마음이 느껴져 아프기도 하고요). 특히 다음 가사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혹시 내 한숨에 대해 시원히 털어놓고 완전히 공감받은 경험이 있는지요? 아쉽게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가끔 우리는 (어쩌면 끊임없이) 뭔가가 답답합니다. 소리치고 싶습니다.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지 못해 힘들었던 옛 설화 속 주인공처럼 말입니다. 아무도 내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마음을 다치고(혹은 닫고) 심각한 경우 삶의 의지를 잃기도 합니다.



당신이 불행하다면,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책을 이야기하기 전 서두가 길었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맺힌 이야기를 줄줄 꺼내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 ‘아서 P. 시아라미콜리’박사는 하버드 의대 임상심리학 교수이며 35년 이상 환자들을 상담해온 베테랑 상담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참으로 아픈 일을 겪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의 ‘자살’입니다.


저자의 남동생 데이비드는 재치 있고 다정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칭찬을 한 몸에 받는 학생이었습니다. 부모 또한 데이비드를 사랑으로 키웠고요. 그런데 어느 때부터 동생의 삶은 어쩐지 삐걱 대기 시작합니다. 학업에 흥미를 잃고 대학을 그만둔 동생은 이해되지 않는 행보를 보입니다. 술과 마약에 빠지고 급기야 절도 사건에 연류 연루된 후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합니다. 이후 가족들의 만류로 다시 귀국하기 며칠 전 동생 데이비드는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당시 저자는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이론의 피상성에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서 말이죠. 이후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하는 이유와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방법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며 고민하게 됩니다. 심리상담가로서 임상 경험을 쌓으며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그가 발견한 답은 바로 ‘공감’ 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불행하다면 그것은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감은 멍든 마음을 치유한다.


저자는 동생이 삶을 포기한 이유가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단절’ 즉 '공감의 부재'라고 확신합니다.


마약으로 고립되고 가족과도 멀어진 동생은... 방향을 틀 때마다 막다른 길이 나왔고, 도움을 구하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거나 응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독으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동생은 수치와 두려움, 자책감과 슬픔에 압도되어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47p


대하는 환자들의 얼굴마다 동생을 보았고 ‘공감’을 통해 환자들을 치유할 뿐 아니라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멍든 자신의 마음 또한 치유하고 스스로를 용서하게 됩니다.


공감은 나를 치유했고 용서를 가르쳤으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함으로써 삶에서 다시금 희망을 얻게 했다. 공감은 내 인생에 의미와 목적, 방향이 있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상기시켜 준다. 48p


초대형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보다 더 인상 깊었던 이유


저는 이 책이 유명 심리학 이론에 머물지 않고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 점을 높이 삽니다. 진실된 말은 마음을 울리니까요.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목적보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썼음을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제가 읽은 어떤 심리학 책보다도 실질적이면서 깊이가 있다고 감히 평가합니다. ‘공감’이 자신과 타인을 살리는 길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감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잘못된 공감’을 이용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구석에 방치했던 제 아픈 마음을 꺼내 본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 정도는 괜찮아.’하며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꺼내니 참 이렇게 아팠는데 내가 차갑고 무심했었음을 알았습니다. 자신을 소외시키면서 어떻게 남을 위할 수 있을까요? 자기 공감이 타인 공감의 시작임을 깊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한 숨 쉬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마음 한구석 아리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기분이 드는 분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자기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많이 아파해 주는 겁니다. 하소연도 들어 주고요. 마치 친한 친구를 위로하듯이요. 마음 후련해질 때까지요. 공감의 온기는 향기처럼 서로에게 번져 갑니다. 봄의 따스함에 눈이 녹듯 우리 마음도 모두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공감은 우리에게 이야기가 스스로 펼쳐지도록 허락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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