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허연.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라는 제목의 끌림만 아니었던들 읽지 않았을 시집이었다. 아니 사실 시집을 거의 읽어 본 적이 없다.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라는 시집 두세 권과 김언희 시인의 시집 세 권이 내 시집의 전부이다. 시집을 손에 쥐고, 과연 읽고 뭘 공감할 수 있을까? 뭘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한두 편의 시라도 공감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다행이라고 생각도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시인의 나이도, 시인의 성별도 나와는 다르지 않은가. 시인은 66년생의 남성이고, 나는 84년생의 여성이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그런 시인이 쓴 시가 내가 뭔가를 느낄 수 있는 시일까? 깜짝 놀랐다. 한두 편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찾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인의 시는 거의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불빛이었던 적이 없다. 나를 용서한 적이 없다. 나 역시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에 늘 나만 있어서 아찔했다. 나 역시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고, 상스럽게 사랑했었다. 나무 한 그루의 표현에도 숨이 막혔다. 시인은 어떻게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걸까? 다른 시인들의 시가 어떠한지는 잘 모른다. 나는 시를 많이 읽어 보지 않았다. 그저 이 시집의 시들이 아름답고, 눈물나게 공감하게 만들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감상이다. 어쩌면 앞으로 가끔 시집을 사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