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나의 소명 - 아름답게 나이 들기 영성
김효성 지음 / 생활성서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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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초에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서 영화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기록을 세운 배우 윤여정씨는 몇 년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난 예순 일곱이 처음이야. ...누구나 처음 태어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 그래서 아쉬울 수 밖에 없고, 아플 수 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라고. 그녀의 이 말은 당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었지요.  우리는 많은 것을 ‘내 생각대로, 내 계획대로' 산다고, 또는 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는 것 부터 사실 우리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는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많은 좌절을 느끼고 종종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윤여정씨는 그런 우리 인간 존재의 조건에 대해 나름의 경험과 통찰을 나눔으로써 많은 인생 후배들을 위로했습니다. 이윽고 그녀가 칠순 넘은 나이에 ‘계획하지도 않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녀의 남다른 ‘성취'뿐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높이 사며, 주저없이 그녀를 노년기 워너비로 꼽았습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나이들어 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지상과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나이가 들면서 ‘좋아지는' 것은 거의 없어요.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이제 조금씩 (경우에 따라서 급격히) ‘나빠지는' 일만 남았죠. 젊을 때 겪게되는 삶의 난관은 노력과 행운(사실은 은총)으로 극복이 되거나, 또는 실패와 상처(사실은 이 또한 은총)를 남기는 일정한 결과를 낳고 나름 일단락됩니다. 하지만 나이들어 가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우리 앞에 꿈쩍하지 않고 놓여 있으며 우리를 놓아 주지 않습니다. ‘죽음'이라는 유일한 ‘대안'과 맞바꾸 라면 그때는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요.  

우리는 객관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나이 듦'이라는 현실속에서 과연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기쁘고 평화롭게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요? 

<미소는 나의 소명> 은 제가 아직 가보지않은 ‘후기성인기' (60대 중반 이후) 이후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삶의 진실과 의미를 찾아 기쁘게 살아가는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힘없고 우울하고 마음이 삐딱한, 괴팍한 ‘노인네'들이 아니라 삶을 긍정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기뻐할 줄 아는 노년의 모습입니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지요!  

그 분들의 삶은 변화를 받아들이며,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으므로써 성장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인생의 열매입니다.  윤여정씨도 “(처음해보는 60대에)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는 것, 나이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변해가는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일구어가는 것이죠. 지난 날의 자신의 모습과 삶을 진실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 집착과 허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며, 그렇게 얻어진 ‘노년의 지혜'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과 나눔으로써,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의 기쁨을 발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생은 하느님의 선물' 이라는 것을 확고히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88쪽 안나 기슨 수녀의 Magnificat). ‘인생의 백미러를 바라보며' 이 진실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될 때, ‘노년의 잔칫상'을 제대로 차릴  있게 됩니다. 생명의 씨앗을 심어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밤낮으로 새기며'(시편 1,2) 우리는 “‘늙수어서도 열매 맺으며 수액이 많고 싱싱하리니’ (시편 92,15)” (120쪽)  따라서 우리는 미소지을 수 있을 겁니다.

<미소는 나의 소명>은 노년의 매니페스토이며, 나이 듦의 진정한 행복이 가능함을 뜻합니다. 매일 ‘태어나는 용기를' (Oser nàitre) (180쪽) 가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저 자신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희망’ 자체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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