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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선 - 하느님과 세상에 대한 사유들
미르코 쿠진.우르술라 헤르테비히 지음, 허석훈 옮김 / 생활성서사 / 2021년 5월
평점 :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두 사람 - 독일인 중년남성 작가와 수녀님- 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지만, 책을 천천히 다 읽어 본 지금 마치 제가 이 두 분과 만난다면 바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그것은 아마도, 역자께서 말하셨듯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이 두 분과 잡담이 아닌 ‘자기 본래의 모습’을 내어놓은 진정한 대화를 나눈 것 같기 때문이겠지요.
두 분의 글쓴이는 오랜 시간, 기쁨과 행복 뿐아니라, 불안과 두려움, 실패와 위기를 겪으면서, 자신 본래의 모습을 용기있게 ‘직시'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알고 그 모습을 편안하게 남들에게 - 심지어 책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내어 보일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어려움과 특히 믿음을 가지고 선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경험들, 또 여러가지, 때론 충돌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잘 정리하여, 있는 그대로, 그러나 위트와 유머를 곁들여, 주제별로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그런 책은 아닙니다. 모든 주제는 깊이 있게 다루어지며, 일견 평이하고 경쾌한듯한 문장들속에 보물과 같은 신학적 통찰이 숨어 있습니다. 무장해제하고 읽다가는 곳곳에 숨어있는 이런 보물을 놓치지 쉽상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해 보지 못해온, 평신도와 수도자가 쌓은 신뢰와 우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개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열려진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이어갑니다. 친환경, 워라벨과 같은 생활에 가까운 잇슈에서, 영원, 하느님, 성덕과 같은 심오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에 설득하려들지 않지만, 각자 설득력있는 사유들로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미르코의 글은 물질의 풍요속에 개인화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 그 속의 아픔과 바람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현력이 돋보이고, 우르슬라 수녀님의 글은, 때때로 놀랍게 솔직하기도 하지만, 성경말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서 비롯된 삶의 해석이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