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뇌 - 노화에 맞서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헤더 샌디슨 지음, 진영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매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온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노년을 결정하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치매 치료 최전선의 임상 의사가 건네는 말이기에 무게가 다릅니다. 뇌는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꼭 확인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대X 한국사 - 혐오를 멈추고 시대를 읽는 현대사 수업
김재원 지음 / 날리지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왜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게 된 걸까.


MZ는 이기적이고, 꼰대는 꼰대이고, 586은 기회를 독점했다는 말들이 넘쳐난다. '세대 갈등'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손쉬운 설명 도구가 되었다. 꺼내 들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언어. 역사학자 김재원은 그 언어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세대X 한국사』는 세대론을 '마취제'라고 부른다. 고통의 원인을 가리고,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성품 탓으로 돌리며,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게 만드는 마취제. 저자는 그 마취에서 깨어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역사다.


책은 정치, 경제, 문화, 기술이라는 네 가지 축을 통해 각 세대가 어떤 시대를 통과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전후 세대부터 Z세대까지, 저자는 각 세대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역사적 파도를 맞았는지, 그 파도가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어떻게 빚었는지를 서사로 엮어낸다.


386세대는 독재와 민주화 항쟁을 몸으로 통과했고, 운동과 연대의 문법으로 세상을 배웠다. 그 경험이 그들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지, 동시에 어떤 한계를 심어놓았는지를 저자는 공정하게 짚는다. X세대는 소비와 개인의 언어를 배웠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벽에 부딪혀 개인주의가 생존주의로 굳어진 세대다. 저자는 그 무기력을 탓하지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분노하고 포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이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 책이 특별히 인상적인 이유는 어느 세대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586세대를 영웅화하지도, MZ세대를 피해자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각 세대는 자신이 통과한 시대의 논리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동시에 그 논리의 한계로 인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 통찰이 아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상처받으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것.


혐오보다 이해를, 단죄보다 공감을 권한다는 메시지는 감성적 호소가 아니다. 역사를 알면 혐오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 상대 세대의 삶에 작동한 시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비로소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진짜 논지다.


304쪽, 읽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얄팍하지도 않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세대 갈등에 지쳐 있는 분께, 부모 혹은 자녀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은 분께, 그리고 한국 현대사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읽고 싶은 분께 권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거울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밤의 설계자 - 잠들기 전 15분, 미래를 바꾸는 밤 생각 습관
폴커 부슈 지음, 이상희 옮김 / 북파머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들기 전, 나는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릴스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간신히 폰을 내려놓으면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피로가 가시지 않는 이유를 막연히 '잠이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준다.


뇌는 잠드는 순간 오늘의 정보를 그대로 들고 들어간다. 낮 동안 흡수한 자극들은 수면 중에 기억으로 굳어지거나 불안과 걱정으로 변형된다. 그래서 잠들기 전 마지막 시간에 무엇을 채워넣느냐가, 다음날 아침의 컨디션과 사고력을 사실상 결정한다. 저자 폴커 부슈는 레겐스부르크 대학병원에서 25년 넘게 스트레스·감정 조절의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정신과 전문의다. 그의 설명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어려운 뇌과학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해서, 읽는 내내 강의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인지적 종결(Cognitive Closure)'에 관한 설명이었다. 뇌는 미완성 과제를 계속 붙들고 있으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은 업무나 감정들이 잠자리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다. 저자는 잠들기 전 '내일 할 일 목록'을 짧게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뇌가 그 과제들을 일시 정지 상태로 등록하고 쉬게 된다고 설명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수면 연구에서 검증된 방법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또한 SNS 영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화면을 끈 후에도 뇌를 흥분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디지털 잔여 흥분' 개념도 눈에 들어왔다. 블루라이트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회로를 계속 건드리는 정보 자극 그 자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금방 잠들 수 있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그대로 반박당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수면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잠들기 전의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드느냐에 관한 책이다. 출간 직후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무겁지 않게 읽히면서도, 읽고 나면 오늘 밤부터 뭔가 달라지고 싶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게르마니아 : 유럽의 뿌리 ㅣ 현대지성 클래식 75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타키투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는 서기 98년, 라인강 동쪽의 로마 지배 바깥 세계를 기록한 민족지다. 게르만 부족들의 지형, 전투 방식, 결혼 풍습, 장례 문화를 총 46개 장에 걸쳐 촘촘하게 담았다. 그런데 이 책이 단순한 민족 보고서로 남지 않은 이유는, 타키투스가 게르만족을 묘사하는 내내 로마를 향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르만 전사의 용맹 뒤에는 나약해진 로마 귀족이 있고, 게르만 여성의 정절 뒤에는 문란해진 제국 수도가 있다. 이 책은 야만인을 관찰한 기록이 아니라, 문명이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때문에 이 얇은 책은 2000년 넘게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엔 유럽의 정신적 원류를 찾는 텍스트로 읽혔고,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자들에겐 민족 신화의 성전이 되었으며, 급기야 20세기엔 나치가 정치 선전 도구로 오용하는 비극까지 낳았다. 한 권의 책이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왜곡되고 착취당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이 텍스트의 힘을 증명한다.


현대지성 클래식 75번으로 나온 이번 판본은 이 고전을 오늘의 독자가 가장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고대 게르마니아 지도로 낯선 지명과 부족의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고, 명화와 해설로 북방 세계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살려냈다. 박문재 선생의 번역은 라틴어 원문 특유의 간결하고 밀도 높은 문체를 한국어로 잘 옮겨, 읽는 내내 속도감이 있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키투스가 게르만족을 결코 일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분명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도박에 자기 자신을 걸며, 전쟁 외에는 게으른 면도 있다. 타키투스는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에게는 로마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 두려움 없는 자유인의 기질, 가족을 지키는 감각. 이 양면성이 『게르마니아』를 단순한 찬사도, 단순한 멸시도 아닌 복잡하고 솔직한 텍스트로 만든다.


 두께가 가벼운 입문서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그 두께보다 훨씬 깊은 질문들을 남긴다. 문명이란 무엇이고 야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누구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있는가. EU의 통합과 분열, 독일의 역사 반성, 재편되는 유럽의 지정학 지도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2000년 전 텍스트가 여전히 살아있는 방식으로 현재와 공명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유럽사와 로마사에 관심 있는 독자, 고전을 처음 시작하려는 독자, 그리고 얇지만 만만치 않은 책을 찾는 독자 모두에게 권한다. 짧지만 문제적이라는 말, 읽고 나면 그게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거운 것은 두고 가기로 했다
정재영 지음 / 책들의정원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손이 잘 안 갔다. 제목은 감성적인데, 설명엔 '죽음의 문턱'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적혀 있었으니까. 뭔가 무겁고 어두운 책일 것 같아서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읽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저자 정재영은 신혼여행지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의 직전까지 갔다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경험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단순한 회고담으로 끝내지 않는다. 뇌과학과 심리학, 수백 건의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인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신비주의나 종교적 해석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연구자들이 수집한 수많은 임종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패턴이 있다. 그들은 사업에서 실패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한 것도 아니다. 가장 많이 후회하는 건 '하지 못한 말', '무너진 관계', '나 자신으로 살지 못한 시간'이다. 죽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삶의 회고'를 다루는 방식이다. 죽음 직전에 인생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이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뇌가 삶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 순간 사람들이 선명하게 떠올리는 장면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를 풀어내는 대목에서 나는 책을 잠시 덮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하라'는 지시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그것이 정말 내 삶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무거워서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책장을 넘길수록 그 질문이 점점 선명해진다.


문장도 좋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독자를 밀어내지 않는다. 뇌과학 이야기가 나오는 챕터도 술술 읽힌다. 이런 균형감은 쉽게 오는 게 아닌데, 저자가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가 문장 사이사이에서 느껴진다.


두껍지 않다. 268페이지, 하루 이틀이면 다 읽는다. 그런데 읽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며칠이 지나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게 이 책의 진짜 힘이다.


나는 이 책을 번아웃이 온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무언가에 지쳐 있는 사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사는지 모르겠는 사람, 오래된 죄책감이나 상처를 아직도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죽음을 공부하는 것이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다르게 살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명한다.


무거운 것은 지금 내려놔도 된다. 이 책이 그 허락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