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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이 있는 사람 - 수박 농사꾼이 우주공학자가 되기까지, 우직한 하루가 만들어낸 삶의 경이
공근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수박밭에서 우주로, 이보다 더 먼 거리를 걸어온 삶이 있을까 싶다. 『몫이 있는 사람』을 펼치기 전, 표지에 적힌 문장부터 마음에 걸렸다. 수박 농사꾼이 우주공학자가 되기까지. 짧은 한 줄이 담고 있는 시간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공근식 작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님의 수박 농사를 도우며 살았다. 수학과 물리는 곧잘 했지만 다른 과목엔 흥미가 없었던 소년이었다. 친구들은 대학으로, 도시로 떠났지만 그는 혼자 시골에 남았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자꾸 걸음을 멈췄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는 그 말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쯍 마주하는 어떤 시기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스물여섯 무렵, 수박을 출하하러 대전역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야학 모집 공고 한 장이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는다. 검정고시, 수능, 배재대 학사 과정을 거쳐 마흔여섯이라는 나이에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다. 노벨상 수상자를 열 명이나 배출한 모스크바 물리기술원, '러시아의 MIT'라 불리는 그곳에서 외국어도 서툰 시골 농부가 시험 일정 오류로 퇴학을 당했다가 재입학해 결국 수석으로 졸업하는 과정은, 읽는 내내 나를 조바심 나게 하면서도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했다.
이 책이 좋았던 지점은 이게 흔한 '역경 극복 성공담'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적인 반전이나 화려한 서사보다는, 새벽마다 수박밭을 돌보듯 우직하게 하루를 쌓아 올린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금 성균관대학교에서 양자역학을 강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사람의 인생 자체가 느리지만 꾸준한 가속도로 결국 궤도에 오른 하나의 물리 법칙처럼 느껴졌다.
나이나 배경,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이유로 새로운 시작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위로가 꽤 단단하게 다가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몫'이 있고, 그 몫을 찾아가는 데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는 것. 짧지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안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촘촘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