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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아아비
윤안 지음 / 데니브 / 2026년 7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처음 몇 장을 넘기는 동안 철저히 무채색이다. 감정을 배제한 채 세상을 관조하는 소년의 태도는 차갑다 못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거리감이 오히려 이야기 속으로 더 깊이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주었다. 삶의 끝을 이미 예감한 사람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이런 모습일까 싶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소년은 저마다 눈부신 색채를 지닌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사건으로 인물을 뒤흔드는 대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남기는 아주 작은 온기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소년의 시선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그 변화가 얼마나 미세하게 이루어지는지, 어느 순간 돌아보면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계절이 바뀌는 걸 하루하루는 느끼지 못하다가 문득 알아차리게 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이 소설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망으로만 치닫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길 위에서 발견하는 건 잊고 있었던 행복이었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종류의 행복이랄까. 화려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온기를 하나씩 찾아나가는 서사는, 읽는 내내 나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요즘 무감하게 흘려보내던 하루하루가 사실은 조금씩 색을 띠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개는 빠르지 않다. 사건 중심의 서사를 기대한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쌓여 만들어내는 정서적 여운은 상당히 묵직하다. 관조와 온기 사이의 거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마음이 조금 메말라 있다고 느끼는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 잘 스며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