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
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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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백년의 정원사』를 읽고, 나는 오랜만에 조급함을 내려놓는 법을 다시 배웠다. 9년 넘게 정원을 가꿔온 저자 김용철이 충청남도 청양의 '덕암재'에서 3년간 써내려간 일기를 엮은 이 책은, 화려한 문장이나 거창한 메시지 대신 하루하루의 소박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소박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결국 기다림을 배우는 일이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기까지, 인간이 아무리 서둘러도 그 속도를 앞당길 수 없다. 저자는 그 사실을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몸으로 익혀왔을 것이고, 그 태도가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에 스며 있다. 나는 특히 저자가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식에서,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 겸손함을 느꼈다.


책의 부제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름다움이란 영원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풍경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놓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보라는 다정한 권유처럼 읽혔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내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꽃이 지는 순간'들을 무심히 흘려보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원예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열려 있다. 식물을 키우는 기술을 알려주는 실용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만의 속도로 계절을 살아내는 방식을 보여주는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화분 하나 제대로 돌봐본 적 없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만큼은 덕암재의 흙냄새와 바람의 온도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했다.


일기라는 형식이 주는 힘도 크다. 매일의 기록이기에 꾸밈이 없고, 그래서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정원과 함께 살아가며 발견한 삶의 자연스러움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매일을 성실히 살아내는 태도에서 온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언젠가 나만의 정원 한 뼘을 가꾸는 상상을 해보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계절의 리듬을 다시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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