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김환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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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이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조금 겁이 났다. 양자역학도 어렵고 동양철학도 어려운데, 이 둘을 인간이라는 주제로 엮어낸다니. 440쪽이라는 볼륨 앞에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장을 넘겼다.


저자 김환규 님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분열과 혐오로 치닫는 모습을 보며, 통합과 화합의 가능성을 이 책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다고 밝힌다. 인간을 이루는 생체 조직의 근본 단위인 양자적 차원까지 파고들어 인간 존재를 다시 들여다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알던 양자역학이 맞나?"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이중슬릿 실험처럼 익숙한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개념들을 인간의 의식과 관계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물리학적 개념을 철학적 사유로 옮겨가는 흐름이 매끄러운 대목도 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두세 번씩 다시 읽어야 흐름이 잡히기도 했다. 과학 개념 자체의 난이도와 그것을 철학적으로 재해석하는 이중의 난이도가 함께 있는 책이라,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라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양자역학이 동양철학과 만나는 대목이었다. 서양 과학의 인과율과 결정론적 세계관이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앞에서 흔들릴 때, 저자는 동양철학의 관계론적 세계관을 끌어들인다. 존재를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와 연결 속에서 파악하는 동양적 사유가, 관측 이전에는 확정되지 않은 채 얽혀 있는 양자 상태와 공명한다는 통찰은 신선했다. 다만 이 연결이 항상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지진 않았고, 비유적 연결과 이론적 연결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도 있었다.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양자역학도 동양철학도 아닌, 인간이었다. 관측자와 관측 대상이 분리될 수 없다는 양자역학의 통찰, 그리고 나와 타자가 본래 하나로 얽혀 있다는 동양철학의 통찰을 겹쳐 놓으며, 저자는 우리가 서로를 적대하고 배제할 근거가 애초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딱딱하게 시작했다가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개념 설명의 밀도가 균일하지 않아서, 어떤 장은 친절하고 어떤 장은 갑자기 전문 용어가 쏟아진다.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두 축을 오가는 서술이 유기적이라기보다 병렬적으로 느껴진 대목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두 사유 체계가 부딪히고 섞이며 결국 인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해가는 과정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과학 교양서를 가볍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소 벅찬 책일 수 있다. 하지만 동양철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고 거기에 과학적 사유를 얹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완벽한 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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