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무라이 리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르골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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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전에 읽은 소설 황홀한 사람과 비슷하지만 황홀한 사람이 치매를 간병하는 입장이라면 이 책은 치매 당사자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졌다. 기억이 사라져 가족들 모두 부당하게 나를 매도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고 억울해하고,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와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생각하다가 곧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고, 매일 찾아오는 간병인은 남편과 바람이 났다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는 책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전부 내 머릿속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인식하고 이해해서 그려내는 나의 세계는 무수히 다른 사람의 것과 일정 부분이 겹쳐진 벤 다이어그램을 이룬다. 감각과 인지능력이 소위 말하는 '정상'범주 안에 든다면 나의 것은 상당한 부분을 세계와의 교집합 안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 거대한 집합에서 어떤 사람의 도형은 점점 탈락해 교집합은 작아지고 나만의 세계가 커진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설령 다른 사람과의 접점을 잃어버린다 해도 그들의 세계에서도 최소한의 안전함과 행복은 보장되기를 힘써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고령화 사회에 언젠가 치매 노인과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입장에서 모두 한 번쯤 일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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