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작가는 어린 시절 흠뻑 빠져있었던 판타지 소설 중 가장 독보적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독자를 데려가 설득시켰던 작가다. 마시는 새 시리즈의 자연 친화적인 듯 하면서도 신화의 환상보다는 일과 같은 생존의 피로감을 전제한 묘한 분위기와 다채롭게 묘사되는 지형지물은 말할 것 없지만 소위 말하는 정통 판타지의 서양식 세계관을 기본으로 한 여러 작품에서도 작가만의 킥을 하나씩은 꼭 갖추고 있어 순수하게 그 세계를 알아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편선도 일견 식상한 듯한 드래곤과 공주, 기사, 온갖 몬스터들, 왕국과 난쟁이 같은 소재로 가득하면서도 드래곤과 공주의 문답이라든지(‘여‘라는 1인칭도 여기서 처음 봤다) 별로 잘생기지도 젊지도 않은 기사라든가 늑대인간이 있는 세계에 왜 아무도 이 존재를 여태 상상 못했을까 싶은 사슴인간이라든지 감탄하게 되는 개성적인 설정이 툭툭 튀어나온다.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위트가 담긴 서술과 함께 물 흐르듯이 읽을 수 있는 단편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