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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어원 80일간의 세계 일주 -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1,000개의 영어 어휘가 저절로 쌓였다
폴 앤서니 존스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8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예전 학창 시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이른바 ‘꼬꼬영’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영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설명에 기대를 하며 읽었지만, 역시나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접두사와 접미사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앞뒤의 단어를 함께 익히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에는 그저 ‘대략 이런 의미겠구나’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다. 게다가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영어 어원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조금 달랐다. 제목처럼 세계일주를 하듯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 나라와 관련된 영어 단어와 표현의 어원을 알아가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방법으로 영어 단어를 익힐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유래했거나 그 나라와 관련된 영어 단어와 표현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cardigan’이 카디건 경(Lord Cardigan)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영국과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네덜란드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Double Dutch, Dutch courage, Dutch concert 같은 표현들이 그 예다.
마셜제도의 외딴섬인 비키니 환초와 우리가 알고 있는 ‘bikini’의 관계도 재미있었다. 비키니 수영복이 이 섬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원래는 ‘atom’이라는 이름이 붙을 뻔했다는 숨은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미국과 관련된 표현으로 소개된 Hollywood no, Hollywood stop, Hollywood ending 역시 단순히 단어의 뜻만 외우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할리우드의 현실을 반영한 표현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이처럼 이 책은 단어를 단순히 암기하도록 하는 대신,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듯 그 단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단어도 그 유래와 이야기가 함께 기억되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남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 단어를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하나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기억하는 것이 훨씬 오래 기억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발음기호가 없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단어가 아니라면 책에 나온 단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단어의 어원과 의미를 설명하는 책인 만큼, 발음기호까지 함께 제공했다면 영어 공부를 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은 영어 단어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듯 단어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이 단어가 이런 곳에서 이런 이유로 생겨났구나’ 하는 작은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와 세계 여행을 함께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