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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평점 :
말과 몸의 부피를 줄여갈수록 내 인생은 보다 단순해지고, 복잡한 문제는 방망이로 두드린 반죽처럼 얇게 가라 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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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도 완벽할 순 없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내 인생도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나의 권리다.
이 정도의 만용이 마음속을 가득 채울
때쯤, 비행기가 이륙한다. 샐러리맨이
제주도로 이륙하기에 가장 적합한,
바로 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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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젊고 싶고,
젊게 보이고 싶고, 젊다고 생각한다.
단지 다른 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뿐이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어떤 강을 건너가고 있음을 깨닫
는다. 그 강은 젊음과 늙음 사이에 놓인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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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번 멈췄던 시간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갈까. 그 시간들은, 수많은
다른 시간들을 넘어, 다시 나에게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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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건
몹시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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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많이 놀자. 놀고 있자. `놀고 있네`, 더 늙은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그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도록, 그러면서 상당히 부러워질 수 있도록, 그렇게 놀고 있는, 그런 날들을 사는 것. 요즘 나의 일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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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서 눈을 감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그런 것들은 추억이 되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방금 본 아이의 미소가, 오늘 본
아름다운 것들의 잔상이 스치거나 머물렀다.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나와 마주보는 시간. 인생에는 때로 털 빠진 고양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위로도 어떤 햇빛도 필요 없는 순간. 어둠과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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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상으로 더 잘 볼 수 있대도,
직접 내 발을 딛건 흙길보다 나을 수 있을까. 아무리 대단한 사랑이라 해도, 나를 잡아주는 이 손이 없다면. 물질이 아닌 것들. 그러나 때로는 물질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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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속는 걸 좋아하는 바보라구. 인생이 나를 몇 번을 더 속인대도. 나는 또 눈 딱 감고 `우와 저기엔 뭐가 멋진 게 있을 거 같아` 이렇게 또 속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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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행복해 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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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행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쓸쓸해진다. 그것이 충만했던 하룻밤, 눈부신 한순간의 대가라면,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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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이, 내 주변이, 내가 가진 것이, 나의 매일매일이, 저렇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 사람이 정말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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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라는 틀 밖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들. 이제는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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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자찾기처럼, 옛사랑의 흔적처럼, 바닷속에 가라앉은 열쇠처럼, 그렇게 없어진 것들을 보는 일. 쇠락한 풍경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를, 이제는 지나간 날들 사이로 아름다웠던 순간을 찾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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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 몰랐던 탓이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그저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더 귀하다는 사실을. 나는 나를 광대로 만들지 않을 사람을 원한다는 사실을. 진정한 친밀감은 대화의 양이 아니라 침묵의 질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침묵의 순간이 편안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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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인생은 얼마나 풍부해지는지.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매일매일 늘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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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위해 실용을 포기하는 사치, 좋아한다는 마음 외에 다른 것이 중요치 않다는 만용. 인생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터무니없이 비실용적으로, 조건 없이 편애하고, 예쁜 것만 골라 디디며, 그렇게 감히 사치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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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기 위해서 식혀야 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잡기 위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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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연애가 끝날 때마다 나는 한 가지씩을 배웠다. 그것은 나에 관한 것이기도 했고, 너라는 세계에 관한 것이기도 했고,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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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나, 고민했던 나, 사랑했던 나의 순간들을 영원히 봉인한 너에게 말한다. 고마워,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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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지내요
당신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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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알게 된 건 서포터즈 모임에서 받은 거울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작년 휴가때 무작정 혼자 떠난 제주도가 너무 좋았기에 올해 휴가도 제주도로 떠날 생각이었으며,
거울에 써져있던 나는 잘 지내요 당신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이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아서일까?
올해 내가 갈 10월의 제주도 모습을 미리 그리며 곧 보자. 제주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