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4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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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백 년을 만날게요
십 년은 내가 다 줄게요
이십 년은 오로지 가늠할게요
삼십 년은 당신하고 다닐래요
사십 년은 당신을 위해 하늘을 살게요
오십 년은 그 하늘에 씨를 뿌릴게요
육십 년은 눈 녹여 술을 담글게요
칠십 년은 당신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릴게요
팔십 년은 당신하고 눈이 멀게요
구십 년은 나도 조금 아플게요
백 년 지나고 백 년을 한 번이라 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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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어려워서 좋아하지 않아서
읽지를 않았는데, 누군가 시는 이해하려
하지말고 그냥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자기 감정대로 받아 들이면 된다고 했다. 그 이후로 시집이 좋아졌다.
시집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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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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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몸의 부피를 줄여갈수록 내 인생은 보다 단순해지고, 복잡한 문제는 방망이로 두드린 반죽처럼 얇게 가라 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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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도 완벽할 순 없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내 인생도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나의 권리다.
이 정도의 만용이 마음속을 가득 채울
때쯤, 비행기가 이륙한다. 샐러리맨이
제주도로 이륙하기에 가장 적합한,
바로 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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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젊고 싶고,
젊게 보이고 싶고, 젊다고 생각한다.
단지 다른 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할 뿐이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어떤 강을 건너가고 있음을 깨닫
는다. 그 강은 젊음과 늙음 사이에 놓인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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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번 멈췄던 시간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갈까. 그 시간들은, 수많은
다른 시간들을 넘어, 다시 나에게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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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건
몹시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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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많이 놀자. 놀고 있자. `놀고 있네`, 더 늙은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그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도록, 그러면서 상당히 부러워질 수 있도록, 그렇게 놀고 있는, 그런 날들을 사는 것. 요즘 나의 일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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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서 눈을 감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그런 것들은 추억이 되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으면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방금 본 아이의 미소가, 오늘 본
아름다운 것들의 잔상이 스치거나 머물렀다.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나와 마주보는 시간. 인생에는 때로 털 빠진 고양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위로도 어떤 햇빛도 필요 없는 순간. 어둠과 고요 속에서 나는 비로소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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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상으로 더 잘 볼 수 있대도,
직접 내 발을 딛건 흙길보다 나을 수 있을까. 아무리 대단한 사랑이라 해도, 나를 잡아주는 이 손이 없다면. 물질이 아닌 것들. 그러나 때로는 물질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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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속는 걸 좋아하는 바보라구. 인생이 나를 몇 번을 더 속인대도. 나는 또 눈 딱 감고 `우와 저기엔 뭐가 멋진 게 있을 거 같아` 이렇게 또 속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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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행복해 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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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행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쓸쓸해진다. 그것이 충만했던 하룻밤, 눈부신 한순간의 대가라면,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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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이, 내 주변이, 내가 가진 것이, 나의 매일매일이, 저렇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 사람이 정말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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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라는 틀 밖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들. 이제는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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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자찾기처럼, 옛사랑의 흔적처럼, 바닷속에 가라앉은 열쇠처럼, 그렇게 없어진 것들을 보는 일. 쇠락한 풍경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를, 이제는 지나간 날들 사이로 아름다웠던 순간을 찾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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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 몰랐던 탓이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그저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더 귀하다는 사실을. 나는 나를 광대로 만들지 않을 사람을 원한다는 사실을. 진정한 친밀감은 대화의 양이 아니라 침묵의 질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침묵의 순간이 편안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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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인생은 얼마나 풍부해지는지.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매일매일 늘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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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위해 실용을 포기하는 사치, 좋아한다는 마음 외에 다른 것이 중요치 않다는 만용. 인생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터무니없이 비실용적으로, 조건 없이 편애하고, 예쁜 것만 골라 디디며, 그렇게 감히 사치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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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기 위해서 식혀야 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잡기 위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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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연애가 끝날 때마다 나는 한 가지씩을 배웠다. 그것은 나에 관한 것이기도 했고, 너라는 세계에 관한 것이기도 했고,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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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던 나, 고민했던 나, 사랑했던 나의 순간들을 영원히 봉인한 너에게 말한다. 고마워,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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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지내요
당신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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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알게 된 건 서포터즈 모임에서 받은 거울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작년 휴가때 무작정 혼자 떠난 제주도가 너무 좋았기에 올해 휴가도 제주도로 떠날 생각이었으며,
거울에 써져있던 나는 잘 지내요 당신도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이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아서일까?

올해 내가 갈 10월의 제주도 모습을 미리 그리며 곧 보자. 제주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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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배꿀 지음 / 북뱅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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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일 년 같았는데
얼마나 기다려온 월급날인데
신명나야 할 월급이 하나도 기쁘지가 않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
그러니까 요즘 내가
회사에 사는 건지, 집에 다니는 건지
-
퇴근길 잡생각
돈은 벌어도 없고 안 벌어도 없는데
꼭 벌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안 벌면 모오옵시 괴롭고
벌면 그냥 괴롭고
그 차이인 걸까?
이래저래 괴로운 건 마찬가지네 뭐
-
회사에선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가
참 많기도 하지
하라는 일들은 안 하고
무슨 말 만들기를 이렇게 좋아들하는 건지
-
그래 뭐 어떻게 맨날 잘해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
힘내!
-
엊그제 보신각 종 치는 거 본 것 같은데
왜 벌써 12월인가
왜 하루는 일 년 같은데
일 년은 하루 같은가
-
내일부터 술 끊는다.
일단 오늘까지 좀 먹고
될까? 라고 물으면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
옛날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 끌고 갈 인연
일 텐데 이제 그런 거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 인연은 억지로 이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
이 많은 번호 중에
편하게 밥 먹자! 할 사람이 하나도 없냐
-
내가 너무 선을 긋는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상처받는 것 보다 낫다 싶기도 하고
1, 2년 사람 만나는 것도 아닌데
관계라는 거 매번 참 쉽지가 않네.
-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도 좋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도
좋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
`내 인연은 어디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멀리서만 찾지 말고
고개를 조금만 돌려서 주변부터 살펴봐
진짜 등잔 밑이 어두워서 못 찾은 건지
혹시 알아? 발견했으면 확 저질러 버려!
인생은 모르는 거야.
-
먼저 고백 좀 하면 어때
평생 내꺼 하고 싶은데 먼저 맡는 놈이
임자지. 부끄러운 거 잠깐이야
-
번지르르한 서프라이즈보다도
난 이런 소소한 챙김이 더 좋더라고
매 순간 내 생각 하는 것 같아서
-
되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게 많은 삶을
살 거에요. 4,50대가 되어 돌아봤을 때
나의 30대는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추억
이 많도록이요
-
-
-
표지만 보고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느끼는 바도 많고 생각도 하게 되고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하자.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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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요 청춘 -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그 남자의 일탈 그리고 사랑 이야기
최전호 지음 / 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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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는 그 무렵부터 싫어하는 것을
안 보겠다고 하기보다는 그래도 한참을
바라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싫어
하는 것이 많이 쌓일수록 결국 나는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
떠나온 사람의 마음은 오직 떠나온 사람
만이 알 수 있다는 표정으로 그들이 날
바라봤다. 이미 아물고 단단해졌다고,
그래서 괜찮겠다 싶었던 내 마음은 다시
붉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난 조용히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
메모가 누군가에게 읽힘으로 의미와 의도
가 전달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안엔 소박
하고 조용하고 따듯한 마음들이 함께 적혀
있다는 것이다.
-
사람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여행
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
비단 꽃뿐일까. 한번 세상에 난 이상 어느
것 하나 그냥 버려질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무언가가 되겠지.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담뿍 그 의미를 담아서.
-
어떤 이별이든 이별에는 익숙할 수가 없다. 어떤 식이든, 어떤 감정이 섞였든.
그래서 이별을 잘하는 사람도 없고 이별
후에 쉽게 의연해하는 사람도 없다.
여행이라서 새롭고 좋은 것들을 많이
대하지만 그만큼 여행이라서 이별이 잦다.
이별이 있을 때마다 그 작은 파동에 난
그만 바닥이 된다. 단단해지려고 왔다가
푸석푸석한 사과가 된다. 그냥 며칠 동안
의 인연이 떠난 것뿐읻데, 어쩌면 깊이
관여한 적 없는 사물 하나를 잃어버린
것뿐인데, 난 이토록 한참 떨어져나간 것
같다. 여행 참 고약하다.
-
결이란 건 어쩌면 배려고, 이해고, 사랑이
었을 텐데.
서로의 결을 확인하지 않은 채, 그것을
조심스레 보듬지 못한 채, 자기 입장만
주장했던 우리에게 상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그래서 남겨진 것은 무엇이
었을까.
왜 우린 사랑한다 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했
을까. 그저 서로의 결 위에 조용히 시간의
먼지를 쌓아갔으면 됐을 것을.
-
파리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을 시간을 남겨두라고.
가족들과 함께 사랑할 시간을 남겨두라고.
이것들을 그 어떤 것보다 인생의 앞에
두라고.
-
결국 마음과 현실은 반대로 흘러 멀어지게
되고, 멀어져버린 그것들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난 마음을 선택할지 아니면 현실을 선택할
지 무던히 고민하다 매번 비겁하게 현실을
선택했으며,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지만
저멀리 하늘에 걸려 있는 마음의 중심을
바라보고 바라봤다.
-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것이 늘어갈수록,
내 삶에 `만약`이 사라질수록 난 속으로
얼마나 안도했던가. `만약`이 주는 불안한
열정보다 지루한 안정을 추구했던 내 삶이
식어버린 떡볶이마냥 볼품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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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도 없이 시작하지 않을 것.
동의 없이 마음을 키우지 않을 것.
멋대로 혼자 예측하지 않을 것.
헛된 희망을 품지 않을 것.
내 절망에 당신을 끌어들이지 말 것.
상상의 세계에 당신을 출연시키지 말 것.
하면 안 되는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교점.
그럼에도 하고 싶고, 결국 해버리고 마는
것들의 교점.
사랑과 여행의 공통점.
그러니 시작이 혼자였다면, 끝도 혼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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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자꾸 떠나고 싶다고만 생각하는
나에게 글로써 떠나게 해준 책.
아무래도 같은 남자이고 하다보니 감정에
대한 작가의 글이 더 와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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