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며칠 미친 듯 퍼대다가 딱, 술 멈추고 맨정신 돌아오면 낯선 행성에 팽개쳐진 기분이다. 우울하고 참혹하다. 아무 데서도 버림받은 거 같지 않은데 그냥 서럽고 억울하고 막막하다. 이래서 형님들께서 해장술이라는 절묘한 비방을 맹그신 게 아닌가. 그래도 오늘은 아니 마시겠다. 때론 맨정신으로 삶을 견뎌야 하는 날들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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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날 때마다 술을 마셨다. 술 마실 때마다 사람이 있었다. 따라서 내가 마신 술의 양은 내가 만난 사람의 양에 비례한다. 그토록 많은 술을 마셨으니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뜻이다. 나와 알고 있는데 술자리에서 조우하지 못한 사람은 아직 나를 만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데 아직 술자리에서 술 한 잔 권하지 않은 사람은 인연을 제대로 맺은 사람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만나야 한다. 술자리에서 만나야 진짜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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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절망이 느낌이라면 그것은 곧 지나간다. 하지만 불안을, 공포를, 우울을, 절망을 깨달아버린 거라면 그것들은 절대 지나갈 수 있는것이 아니다. 진정한 불안과 공포, 진정한 우울과 절망은 깨달음의 세계다. 가벼운 느낌 따위로 설명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한 번 깨달은 것이 무슨 수로 극복될 수 있겠는가.
극복된 깨달음은 가짜다.
사랑도 그와 같다.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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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묻는다, 왜 술을 마시냐고. 나는 대답한다, 외로워서 마신다고. 당신은 다시 묻는다, 술 마시면 안 외로워지냐고. 나 또한 다시 대답한다, 마시면 더 외로워진다고.
그런데 그걸 알면서 왜 술을 마시냐고? 돌아갈 곳 없는 자가 돌아갈 곳은 결국 자기 자신밖에 없다. 술은 때로 그것을 가장 명징하게 깨닫게 해주는 도구로 쓰인다. 창밖에 또 술 온다. 비 한잔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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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랑 따위, 실패한 청춘 따위, 다시 실패하지 못해 기를 쓰고 불안해하는 희망 따위 다 놓아버리고 딱 막걸리 두어 주전자만큼의 취기와 용기로 하루를 버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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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친구여,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일 없이 반갑고, 일 없이 그립고, 일 없이 술잔을 건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아무런 까닭 없이 옛 이름들을 한 번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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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주 나쁜 버릇이 있는데, 이를테면 술이 깨기 전에 먼저 잠에서 깨는 것 같은 것이다. 술보다 잠이 먼저 깨는 사람은 아주 행복하거나 불행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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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시간에도 깜빡이는 커서에 눈 맞춰놓고 좌절하며 머리 쥐어 뜯고 있을 벗들, 선배들, 애인들, 후배들이여. 그대들의 이 시간만큼 아름다운 좌절은 없다. 라면이라도 하나 독하게 끓여먹고 매운 문장을 껴안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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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신념은 더딘 것처럼 보이나 언제나 바른 목적지에 도달 한다는 것을, 권력보다 언제나 백성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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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발 책 표지에 띠지 좀 두르지 마라. 돈 들여서 그거 두르는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책 읽을 때마다 조낸 불편하고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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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힘과 그리움의 힘은 같은 높이의 음계를 가진다. 그러므로 내 노래는 언제나 길 없는 허공에 발이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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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당신의 이야기를 하라. 정히 생각이 없고, 할 말이 없으면 그 시간에 라면 가닥이라도 길게 붙들게 오래오래 삼킬 일이다. 그 시간만큼이라도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지 않겠나. 고요하고 맑은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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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 구매하여 읽은 책.
처음에는 응? 읭? 엥? 웡? 😓 이런 표정으로 책을 보다가 읽다보니 술 얘기와 `조낸`, `시바` 이런 단어가 계속 나오고 갈수록 내 스타일에 책이었어..
이로써 또 술먹을 이유가 생기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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