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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감수성 쫌 아는 10대 - 작은 존재도 소중하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ㅣ 사회 쫌 아는 십대 19
김성호 지음, 서와 그림 / 풀빛 / 2023년 12월
평점 :
MOTIVATION:: 생명감수성
부끄럽게도 책의 제목 안 키워드인 생명감수성을 내 스스로 정의할 수 없었다. 사실 살아오면서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표현을 적지 않게 사용한 것 같은데 단순 감정이 풍부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던 것 같다. 감수성의 의미부터 다시 정확히 알아보기로 했다. 감수성은 느낄 감(感) 자에 받아들일 수(受) 자를 사용한다. 뜻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을 말하는데 생명감수성이란 곧 생명체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면 좋을지에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저자는 초, 중, 고등학교 때까지 방학만 되면 시골 외가에서 자연이 품은 생명과 벗하며 지냈다고 한다. 동물과 식물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주고 다가갔으며 그런 마음은 저자를 연세대 생물학과에 진학하게 하였으며 같은 대학원 석사와 박사학위를 수여 후 생명과학과 교수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그만큼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진심인 저자는 현재도 수많은 생태계 관련 과업을 수행하며 우리 땅의 생명을 아름답게 지키는 일에 주력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청소년 분야로 분류되어 10대를 위해 써졌지만 읽어보면 한없이 나의 무지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동물, 식물이 보여주는 모습들에 담긴 의미도 모른 채 단순히 넘겨집거나 단정 짓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래서 사람은 알아야 하고 배우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하나보다. 특히 이 책은 서평단에 선정된 책으로서 여느 다른 책들에 비해 인기가 많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볼 순 없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예상이 되었다. 나도 최근 계획한 사이먼북스의 건강 관련 책 읽기 스케줄이 있었기에 신청을 미루었는데 연이 닿아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어찌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보겠다. 아마 나의 MOTIVATION 글을 온전히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게 될 확률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THINK:: 자연을 함부로 해석하지 말라
최근 거실에 둘 카페 테이블을 보러 백화점에 갔었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된 테이블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첫째 딸이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이거 나무 베어서 만든 거야?' 적어도 아이의 눈에는 고급스러움을 평가하기 전에 온전한 나무의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무의 역할은 숲속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며, 산사태를 방지하고, 열매를 제공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저자가 동네에서 오랫동안 봐온 100살이 넘은 느티나무 이야기를 한다. 그 나무는 수동을 6곳이나 품고 있었는데 수동이란 나무속에 생긴 빈 공간을 말한다. 이런 수동은 제법 나이 든 나무에 생기며 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해당 느티나무의 1층 수동에는 찌르레기 6마리, 2층 수동에는 원앙새 15마리, 3층 수동에는 하늘다람쥐 4마리, 4층 수동에는 찌르레기 5마리, 5층 수동에는 참새 5마리, 마지막 6층에는 딱따구리 6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곧 나이 든 나무가 41마리의 생명을 품어낸 것이다. 마음이 아픈 건 그 나무가 최근에 창고를 지으려는 목적으로 베어지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저자는 과연 나무를 베어 만든 창고가 매년 40여 마리의 생명을 키워 내는 것보다 더 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우리가 나무에 대한 생명감수성이 부족한 것을 탓할 수밖에 없다.
KILLING PART:: 물고기와 고라니
여러분의 상식적인 행동들이 얼마나 동물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인지를 깨닫게 해보려고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 책을 읽은 그 순간 나의 행동을 바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낚시를 즐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생생정보통이나 극한 직업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어부들이 바다에서 잡아올린 물고기를 카메라를 향해 잡고 자랑을 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으면 물고기가 화상을 입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행동을 함부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해수의 온도는 겨울철 기준으로 5~10도 정도가 된다. 인간이니 체온은 36.5도이다. 차이는 약 25도 이상이 난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목욕할 때 뜨겁다고 느끼는 물의 온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42~46도라고 한다. 체온보다 5.5도 정도가 높으면 뜨겁다고 느끼는 것인데 물고기는 25도 이상을 느끼니 어떤 느낌을 받을까? 저자는 말한다. 물고기는 뜨거움을 넘어 고통을 느낀다고. 이를 안다면 어차피 잡아먹을 물고기지만 적어도 뜰채로 옮겨달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고라니다. 밤 운전을 하다 보면 한 번씩 도로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차를 응시하고 있는 무서운 고라니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것일까? 저자는 망원렌즈로 조류 사진을 찍던 해질녘 날아가는 두루미를 쫓다 그만 석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순간 앞이 하얘지면서 엄청난 통증을 느꼈고 그 후 통증보다 깊고 아린 두려움이 몰려왔으며 모든 것이 흰색일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시간이 몇 분이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두려웠을까 상상이 안된다. 고라니도 같다. 결국 차의 불빛을 눈으로 받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고라니를 마주했다면 상향 라이트를 끄고 고라니가 시력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란다. 고라니가 사람에게 뛰어드는 건 아마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오는 차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방향성을 잃은 채 도망갔기 때문이 아닐까?
CONCLUSION:: 워낭소리
2009년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준비하지 않고 갔다가 눈물을 펑펑 쏟고 돌아온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영화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농부가 30년간 키워온 소와 인생의 고락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인데 마지막에 얼마 살지 못한 것이라 말하는 수의사의 진단을 시작으로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다. 저자는 동물에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일화를 들려주는데 그중에 할아버지와 소에 대한 이야기는 14년 후 지금, 워낭소리를 한 차원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책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소에게 정말 온 정성을 다했는데 그중에서 먹을거리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여름이면 아침마다 풀을 산더미처럼 지게에이고 와 쏟아주시기 위해 새벽부터 풀을 베러 나섰으며 본인의 양치는 1분도 안 걸리게 하면서 소는 날마다 적어도 1시간씩 빗질을 해주었다고 한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더러워지기 쉬운 외양간은 청결했으며 푸르른 풀이 없는 겨울이면 날마다 소죽을 쑤셨다고 한다. 아무리 추운 날이고, 마을이 고립될 정도로 폭설이 내린 날도 소죽 쑤는 일은 거른 적이 없었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밭을 갈 때도 쟁기를 소의 몸에 두르고 소와 한 몸처럼 움직였는데, 절대 소를 다그치지 않고 소의 흐름을 따라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쉬고 싶어 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쉬게 해주었으며 힘이 필요한 때는 '이랴~' 소리로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물론 일이 끝난 후에는 애썼다며 천천히 몸을 쓰다듬어 주기까지. 자신의 자식처럼 아끼는 그런 마음은 동물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농장 동물복지 위원회에서 동물이 누릴 '다섯 가지 자유'를 말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할아버지는 이 다섯 가지를 한 가지도 놓치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