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쉽게 선택했다
이은희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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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놀래다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많은 시간 책을 읽는다. 배우자는 지나가면서 내가 보는 책들을 보곤 하는데 이번 책은 굉장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오빠 이 책 뭐야?'라는 질문과 함께 나를 살짝 째려보며 웃었다. 입장을 바꿔 나의 배우자가 이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 나 또한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제목만 봤을 땐 마치 결혼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우리가 제목에서 느끼는 느낌 그대로의 책이다. 베이비붐 시대에 연애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결혼을 했고 30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행복한 순간은 단 한 페이지, 단 한 문장도 표현되어 있지 않다. 내가 읽은 에세이 중에서는 가장 마음이 아팠던 책이며 읽어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지독하게 가혹했던 결혼생활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아니,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발 실화가 아니길, 책에 쓰여있는 내용의 삶을 어떻게 견뎌내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에 묘사된 배우자의 모습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 배우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정도이다. 어떻게 배우자에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독하고 못되도 이건 아니었다. 저자의 배우자보다 가끔 더 미웠던 사람은 저자다. 아니 왜 이런 사람과 반평생을 살아왔으며 그런 사람에게 인생을 다 걸고 헌신했단 말인가. 두 아들을 보고 버텼다는 표현으론 갈음이 되진 않는다. 이혼을 하는 그 순간까지 저자는 배우자로서의 책임을 오롯이 다 해냈기 때문이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면서까지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평생을 못된 배우자와 살아가면서도 두 아들을 키워낸 저자의 모성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잘 성장한 두 자제분들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장성한 모습을 보면 나의 어릴 적이 생각난다. 크게 불평 없이 커왔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큰 고생이나 걱정 없이 키워준 나의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저자는 두 아들에게는 단 한 번도 모진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병마와 싸우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는 저자도 평소의 삶과 완전히 다른 행동들을 한다. 아들이 생활비 명목으로 준 신용카드로 쇼핑중독에 빠지기도 했고, 아들의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해 남편의 부질없는 사업 비용을 지원했다. 돈 한 푼이 아까워 몸이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며 절약을 해오고 자식들을 키워낸 저자의 생활습관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행동들인 것이다. 이유는 내가 보기엔 하나다.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이다.

 


저자의 교육 신념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의 자녀교육에 대한 신념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을 해주었다. 저자는 아들 둘을 두었지만 절대 그 둘을 비교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코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두 딸은 둔 나에겐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 되었다. 또한 저자는 무엇보다 공부로 자녀들의 인생을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교육을 시킬 경제적 상황도 안됐지만 생각도 없었다고 하니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부모이다. 또한 뭐 하지 마라, 뭐 해라, 이래라저래라 같은 차단성 행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자식들은 결국 통제하지 못할 시기가 분명히 오며,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하려면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령기 자녀를 둔 나에겐 많은 울림을 주는 대목이었다.

 


혼자가 되었을 때는

굳이 상상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성숙해지기 위함이라고 잠시 타협하고 혼자가 된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물론 직접 경험한 것처럼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잠시 상상을 통해 느낀 마지막 감정은 '외롭겠다'이다. 저자 또한 그토록 원하던 혼자가 60대가 되어 됐는데 현실엔 혼자 일어나 혼자 자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할 사람 없이 소파에 앉아 TV와 벽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늘 혼자 밥을 먹을 땐 참 쓸쓸하며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혼자기에 식당가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정리하면 아무도 저자를 신경 쓰지 않으니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저자가 찾은 방법은 결국 혼자임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생각이 달라지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다시 강해지는 것이다. 살아내면 길은 있다는 걸 또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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