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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ANGE 머묾 여행 -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ㅣ Rainbow Series
박상준.송윤경.조정희 지음 / 여가로운삶 / 2023년 11월
평점 :

MOTIVATION:: 공간과 이야기를 탐색하는 여행자
저자 박상준 님은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대표 건축물부터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지나치는 것이 아닌 가능한 오래 머물면서 그 대표 건축물의 공간과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뒤섞이는 장면을 구경하는 재미를 찾는다고 한다. 특히 공간 중에서도 미술관이나 카페를 찾으며 최근에는 도서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 일을 오래 하셨고 그보다 여행 일을 더 오래 하고 있다는 유유자적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 그가 찾은 총 11곳의 여행지 중 난 충주시에 위치한 '아무것도 아닌 곳'이라는 카페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나의 첫 근무지가 충주였고 그곳에서 약 5년을 근무하면서 충주에 있는 웬만한 카페들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글의 소재로 택한 곳은 나 또한 처음 보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곳'이라는 상호의 카페는 충주시 금가면 우체국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금가면 우체국은 여러 번 가보았었는데 이곳 안에 카페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었다. 독특한 곳이다.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펜과 편지지, 엽서, 타자기, 각종 필기도구 등을 구비해놓고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앞에는 1년 후에 도착하는 느린 우체통이 자리하고 있으며 커피는 드리퍼나 모카 포트로 직접 내려주신다고 한다. 최근 정말 우후죽순처럼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요즘엔 어딜 가도 실패가 없을 정도로 모던하고 깔끔하게 카페들을 짓는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커피 머신들은 기본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빵도 수준급이다. 이런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는 옛 느낌을 가진 카페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레트로 감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들어가서 커피를 마실 땐 조용히 해야 할 것만 같고 대화도 소곤소곤해야만 할 것 같은 고요함 자체가 매력인 그런 카페, 요즘은 그런 곳을 배우자와 찾아다니려고 한다. 아마 '아무것도 아닌 곳'은 그런 카페일 것이다. 이곳은 커피를 좋아하는 배우자,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지나가다 꼭 들러보고 싶은 카페다.

KILLING PART:: 여행을 떠나고 쓰고 말하는 사람
나의 장모님께서는 차(茶) 박사님이시다. 차에 빠져 사시더니 긴 시간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여 박사학위를 수여하셨고 현재도 교수로서 후학 양성 및 각종 교육에 참여하시며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다. 영국, 중국, 대만 등 차로 유명한 나라들도 자주 여행하시며 차 공부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장모님이 내어주시는 차는 가볍게 마실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공이 담겨있는 차인지 알기 때문이다. 장모님을 따라 찻잎을 따러 전남 여러 곳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지리산을 품고 있는 구례라는 곳에 자주 갔었는데 저자 송윤경님께서도 구례에 위치한 화엄사를 여행한 이야기를 책에 담아주셨다. 특히 차와 관련된 일화가 포함되어 있어 공감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저자는 걷는 여행을 즐겨 한다고 한다. 걷다가 서고, 내내 앉아서 글을 쓰는 식이다. 짐작하건대 걷다가 심상이 떠오르면 잠시 멈추어 글을 쓰는 식일 텐데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사람은 천천히 걸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말이다. 저자가 화엄사에서 주지로 계신 덕제 스님과 차를 마시며 나눈 대화 중 인상 깊은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해당 내용은 장모님께도 말씀을 드렸는데 많지는 않겠지만 차에 진심인 사람들은 알법한 내용이라고 한다. 차 나무에서 차를 딸 때 편하게 일하려고, 많이 따려고 가지를 치고 못살게 굴면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차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타닌 성분을 만들어 쓴맛을 나게 한다는 것.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 같을 것이다. 혹시라도 찻잎을 딸 일이 있다면 욕심을 조금 내려두고 차나무 별로 조금씩만 따기를 바란다. 양은 적더라도 향은 쓰지 않고 은은히 달달할 것이다.

CONCLUSION:: 날마다 아름다운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
마지막 저자 조정희 님은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평일과 주말, 두 가지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평일에는 서비스 기획자로서 각종 사용자 데이터와 씨름을 하고, 주말에는 여행 작가가 되어 재미있는 장소를 찾아 떠나신다고 한다. 그녀가 담은 11가지 여행지 중 대부분은 도서관과 미술관이었다. 나와 배우자의 취향과 너무 닮아있다. 그중에서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정한 그림과 너무 비슷한 완주의 삼례 책마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다. 책을 파는 목적의 서점이 아닌, 찾아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쉴 수 있는 책방과 같은 공간을 말한다. 최근 한 번씩은 들어봤을 브랜드 서점에 가보면 책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구성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혹자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책만 있는 것보다 각종 문구류, 음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상품들을 준비해두어 오히려 여러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호평을 하기도 하지만 난 어느 순간부턴가 이런 분위기의 서점에는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요즘은 자녀들과 서점보다는 도서관을 자주 찾곤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완주의 '삼례 책마을'은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서 영국 웨일스의 한 탄광 마을이 헤이 온 와이(Hey on Wye)라는 헌책방 마을로 재탄생 하여 6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오는 것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새로이 건축을 하는 것이 아닌 버려진 창고나 공터를 활용해 '북하우스', '북갤러리', '책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독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곳, 지금 나와 나의 가족들이 열망하며 찾고 싶어 하는 곳의 특징을 전부 갖추고 있는 곳처럼 보였다. 다음 주면 서울로 이사를 간다. 저자가 방문하여 책에 담아 둔 서울에 여러 장소들은 아마 겨울방학에 꼭 가보려고 한다.

더불어 나의 버킷리스트인 책방에 조건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첫째는 채광이 좋은 환경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햇살이다. 아침만 되면 커튼을 활짝 여는 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루틴이다. 둘째는 편한 의자이다. 오랫동안 책을 봐도 눈을 제외하곤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그런 가구를 원한다. 마지막은 적절한 습도이다. 습도조절에 많은 분들은 민감하지 않지만 적절한 습도조절은 책의 보관뿐 아니라 책을 읽는 공간에 집중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의 블로그에 알리도록 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