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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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고등어

고등어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생선에 속한다. 제주도 여행 중 처음으로 고등어 회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손질하여 구워 낸 고등어구이보다도 가격이 훨씬 비쌌다. 사장님께 이유를 물어보니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바닷물에서 나오면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죽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육지에서는 살아있는 채로 보관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생선인 것이다. 고등어는 바다에서 사는 생선 중 잡기도 어렵지 않고 어획량도 충분하여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생각해 보면 요즘도 집에서 식탁에 가장 흔히 오르는 생선도 고등어인 것을 보면 고등어는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고등어가 산으로 갔다고? 제목부터 관심을 끌기에 성공한 이 소설은 구한말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초향, 송이, 유화, 3명의 여인이 그리는 서사를 역사적 흐름과 함께 표현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 3명의 여인이 3대 가족이라는 것과 산으로 간 고등어를 상상만 해도 숨이 차오르듯 힘들고 벅찬 삶을 살아내었다는 것. 소설을 다 읽어내고 느낀 것은 새삼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었다.

 


KILLING PART:: 강한 여성 강한 나라

최근 읽은 여러 권의 장편소설들이 종교적 박해에 관한 내용을 배경으로 했으며 이 책 또한 구한말 조선 천주교 박해 사건을 다룬다. 다른 책들과 다른 건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까지를 이어 다룬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3대를 잇는 여인이 각 시기에 고난들을 겪어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결국 움직임을 멈추면 죽음을 맞이하는 고등어의 삶처럼 어디라도 헤엄쳐 가야 하는 숙명을 잘 표현하였다.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산으로 간 고등어, 제목에 모든 설움과 파란만장함이 녹아들어 가 있다. 그중 시작을 알리는 초향, 예수쟁이로서 평생을 기도에 바치며 어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을 사는 그녀. 우리가 생각하는 보호받아야 하는 여리고 순박한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며 거친 삶 속에서 굳건함과 단단함을 유지하여 그녀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이는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이겨낸 우리 민족의 얼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CONCLUSION:: 한 여인을 사랑한 춘삼

3대에 걸친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산으로 간 고등어>라는 책은 구어체로 쓰여있어서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구어체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의 분위기와 인물의 감정 표현의 섬세함을 저자는 포기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세 여인이 꿋꿋이 살아낸 삶을 읽어나가는 동안 편한 의자에 앉아서 1g도 안되는 페이지를 넘기는 데도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넘어갈 만하면 한 번씩 숨통을 트여주는 이야기들이 등장했는데 나는 그중에서 초향을 사랑한 두 번째 남편인 춘삼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산골짜기에서 오로지 신앙생활에 빠져사는 그녀를 흠모한 춘삼의 마음은 신경도 쓰지도 않는 초향. 그러던 어느 날 폭설로 인해 산 전체가 눈으로 덮였으며 산에서 굴을 파 신앙생활을 하는 초향을 구하고자 겨울 산행을 감행한다. 그리고 굴속에서 이불을 싸맨 채로 얼어버린 초향을 발견하고 그녀를 살리고자 하는 모습을 약 7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표현하였는데 정말 글로 하여금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애달프게 할 수 있다니...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춘삼이에게 힘내라고, 더 서두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결국 진심은 통했고 결혼을 허락한 초향,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3명의 여인들과 고난의 행군을 하는 기분이었지만 지쳐서 쓰러질 때쯤 등장하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들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았으며 끝까지 걸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게 신기루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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