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식사합시다
이광재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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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운동권

최근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대한민국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로 나 또한 보는 내내 집중을 놓치기 어려웠다. 사서 들고 간 팝콘을 절반 이상 남겼을 정도니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동료들과 열띤 대화를 하는 재미까지 주는 명작이었다.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5.18. 민주화 항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운동권'이라는 표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저자의 글 초반에 그가 운동권임을 밝히기에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의 글이거니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으며 저자가 생각하는 운동권의 의미는 나의 편협한 생각의 그릇을 넓혀주었다. 저자는 말한다. 분명한 반민주 세력인 전두환 정권에 맞서 싸우려면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 하나만으로 충분했다고. 그래서 숱한 학생들이 저절로 운동권이 되었다고 한다. 학생 운동을 하다 보니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던 거지 이데올로기에 빠져 학생 운동을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고...

THINK:: 두부 정치

두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좀 독특하게도 난 중학생 때부터 두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어머니께서 집밥을 자주 차려주셨는데 그 밥상에도 항상 두부요리를 빠뜨리지 않으셨다. 심심 단백한 맛과 두부의 식감이 너무 좋으며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은 특징이 나를 사로잡았다. 더불어 두부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구워도 맛있으며 어떻게 조리하든 맛있는 매력은 덤이다.

저자는 말한다. 두부는 사실 맛이 없는 식재료이며 고소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두부 자체로는 강력한 맛이 없고, 그런 특별한 맛이 없다는 특징 때문에 어느 요리에나 어울리는 재료가 되었다고. 그런 두부처럼 활용도 높은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비유는 나로선 굉장히 반갑고 친숙했다. 무색무취하게 보이지만 어디에서 쓰임이 있는 정치, 조미료처럼 특정한 맛을 내는 강력한 효과는 없지만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친 정치는 해선 안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정치를 잘 모르는 나도 100번 동의했다.

KILLING PART:: 최고로 맛있는 김치찌개

내가 생각하는 최고로 맛있는 라면은 수능을 본 직 후 지금까지도 나에겐 가장 소중한 죽마고우와 눈이 소복이 쌓인 무등산 정상에서 먹었던 컵라면이다. 1월 1일 새해를 보겠다고 어두컴컴한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했고 3시간이 넘게 산을 탔다. 그리고 도착한 정상, 얼마나 추웠으면 보온통에 가득 담아 간 끓는 물을 컵라면에 부었지만 3분 후 국물이 제 온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였을까? 설익은 면발을 먹게 되었는데 그 꼬들꼬들한 라면의 맛이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때 설익은 면발에 빠져 지금까지도 라면회사에서 추천하는 조리시간보다 짧게 끓여 라면을 먹는다. 저자가 인생에서 최고로 맛있는 김치찌개로 꼽는 것은 부산 주물 공장에서 먹었던 용광로 김치찌개라고 한다. 내가 봐도 맛있을만한 조건을 다 갖추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각자 싸온 김치를 커다란 솥에 담아 쇳물을 녹이는 용광로 위에 얹은 뒤 보글보글 끓인 게 전부라고 한다. 여느 김치찌개처럼 육수나 조미료, 고깃덩어리 하나 넣지 않고 김치에 맹물을 붓고 끓였지만 용광로의 고열 때문인 걸까? 그야말로 꿀맛이었다고 한다. 사실 운동권 활동을 하다 수배자 신세가 되어 부산에서 은신을 하던 저자에게 거칠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와 힘든 일을 끝마친 뒤 먹는 식사는 잠깐이나마 그에게 휴식다운 휴식을 제공했을 것이다. 김치찌개에 더해 도시락 뚜껑에 받아 마신 쇠주는 화룡점정이었을 듯싶다.

CONCLUSION:: 대통령의 몸

사극을 보면 임금에게 '옥체를 보존하시옵서서' 라는 신하의 당부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옥체는 옥같이 아름다운 몸이라는 의미이자 임금의 몸을 뜻하는 단어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당연히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했던 시간만 20년이며 그와 함께했던 식사만 족히 수천 번은 넘는다고 말한다. 함께 먹은 음식의 종류만 수백 종이니 정말 배우자보다도 많은 식사를 했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도리뱅뱅이라는 음식을 좋아했다고 한다. 민물에 사는 피라미를 튀기고 양념을 입혀 구운 요리를 말하는 데 이 요리가 그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청와대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기본적으로 밍밍하고 맛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의 건강을 생각하여 요리사가 일부로 그렇게 요리하는 것이며 간을 좀 세게 해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대통령의 육신은 자기 개인의 것이 아니며 대통령의 식단을 책임지는 담당자들은 그들이 맡은 책무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래서 비서실에서는 가끔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드신 도리뱅뱅이를 포장해서 싸오곤 했다고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는 위치, 대통령은 정말 외로운 위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끔 만드는 대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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