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MOTIVATION:: 장례식

최근 처조모상으로 빈소에 방문했다. 장인 어르신 환갑잔치 때 내가 구워드린 살치살을 너무 부드럽고 맛있으시다며 칭찬해 주실 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아흔을 넘기시자마자 얼마 되지 않으셔서 돌아가셨다. 호상이라고 하지만 인생무상의 덧없음을 느꼈다. 동시에 빈소 주변을 전부 감싸기라도 할 것처럼 줄을 지은 근조화환들은 그동안 살아오신 인생과, 키워낸 자식들의 위치를 대변해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세워져 있었다. 수가 많지 않으면 허전해 보이고 너무 많으면 또 다른 불편감이 느껴지는 건 나만이 감정일까? 저자는 본인이 오늘 죽는다면 살아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 페이지에 달하는 부탁을 전한다. <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적어도 저자의 장례식에서는 근조화환을 볼 수 없을 것이다.

 


THINK:: 세모 모양 하트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체벌이 매우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선생님들에게 '사랑의 매'가 공식적으로 제작돼 보급될 정도였으니 말을 다했다. 숙제를 안 해오거나 수업 시간에 잠을 자면 가차 없이 체벌을 받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모습이 숙제를 단체로 안 해와서 책상에 올라가 허벅지나 발바닥을 맞은 기억인데 수업 40분 중 10분을 넘게 체벌에 사용하는 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들에게 그 소중한 10분이라는 시간을 꼭 체벌에 사용해야 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체벌 자체를 즐겼을 수도 있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말도 안 되고 학생 누군가 한 명 정도는 체벌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을 법도 한데 우리는 정말 말 잘 듣는 모범생들처럼 책상 위에 올라갔다. 그 이유를 난 안다. 그 선생님은 매를 때리실 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 너희들 잘 되라고 때리는 거' 저자는 말한다. 동그라미 모양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세모 모양 하트를 받아 하트의 모서리에 찔려 상처가 생기고 온몸을 붉게 물들였다고...

 


KILLING PART:: 목차를 보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다가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례식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포함되어 있는 책은 나에게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죽음, 삶, 그리고 나라는 3가지의 파트로 책은 구성된다. 그런데 우연히 목차를 보지 않고 책을 보기 시작했으며 1장의 10번째 이야기에 도달하기 전에 원치 않은 우울감과 적적함이 느껴져서 책 읽기를 멈추었다.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생각하고, 바다를 보고도 자살을 생각하며, 저자 본인의 방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내용들이 난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스스로는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부족한 나의 공감 능력에 다소 실망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경험을 해보았거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만큼 힘이 될 수 있는 공감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CONCLUSION::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깨달음을 통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진하게 깨달은 저자의 글엔 생명감이 느껴진다. 네 글자로 표현하면 인생무상이지만 그렇게 표현하기엔 단조로우며 놓치는 맥락이 있다. 그건 바로 저자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태동. 저자가 바라는 인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기에 별 볼일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또 아니다. 결국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살아있다면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고 살아가고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게 해준 저자의 글에 존중과 감사를 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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