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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힘 - 21세기 금융전쟁 속 당신의 부를 지켜줄 최적의 정치경제학
김동기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평점 :

MOTIVATION:: 기축통화
기축의 의미부터 알고 가자. 基(터 기) 軸(굴대 축) 자를 써서 '어떤 사상이나 조직 따위의 토대나 중심이 되는 곳'을 의미한다. 기축통화는 곧 중심이 되는 통화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기축통화는 시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며 환율의 기준이 되기에 그 영향력은 화폐가 가진 고유의 기능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인용한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존 코널리의 말에는 그 힘이 담겨 있다. '달러는 우리 화폐이지만 당신들의 문제다' 반박할 수 없는 선포이며 절대 과장이 아님을 우리는 과거 여러 사건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전 세계 경제에 그 영향력을 떨치고 있으며 달러를 '금융 무기'로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나는 대학시절 미·중 간의 패권 경쟁 하 한국의 실리외교 방안에 대한 논문을 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현재만큼의 패권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지 않았으며 유로화와 위안화의 견제를 받으며 전문가들 또한 기축통화의 미래에 대해 상반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007~2008년에 걸쳐 발생한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극복해 내면서 달러의 힘은 그 위상을 더욱 높였으며 세계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되었다.
책의 두께와 쓰인 용어들이 경제에 관하여 관심이 깊게 없는 분들에겐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었는데 읽다 보니 딱딱하기보다는 우리가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쉽게 접했던 미국 독립전쟁, 대공황, 제1차·2차 세계 대전과 같은 역사적 이벤트들을 함께 설명해 줌으로써 경제전문서적의 느낌보다는 세계사를 공부하는 흥미로움을 제공한다. 세계사 공부 속에서 달러가 발휘하는 힘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편하게 일독을 권해본다.

KILLING PART:: 북한 잡는 달러
미국 정부가 사용한 금융 무기 중 재무부 블랙리스트가 일으킨 파급 효과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나도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와 휴전 중인 골칫덩어리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200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북미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2005년 9월 15일, 미국 재무부 산하의 금융범죄 단속 네트워크 '핀센'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가 북한 정부기관 및 산하 회사의 범죄 행위를 방조하면서 특별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고 발표했다. 발표를 한 것뿐인데 해당 은행의 예금이 일주일도 안돼서 3분의 1 이상이 빠져나갔으며 마카오 금융 당국은 더 이상의 예금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경영자를 교체하고 예금 지불 유예 조치를 단행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해당 은행에 개설된 52개의 예금계좌에 들어 있던 북한 관련 자산 2,500만 달러를 동결 조치했으며 북한에 금융거래 중단을 통보했다고 한다. 사실관계만 따져보자면 미국이 동결한 것이 아니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가 스스로 북한과 거래를 끊은 것이다. 당시에 CIA 국장 마이클 헤이든은 달러를 '21세기 정밀 유도 무기'라고 평했다고 한다.
미국은 단지 국제금융계에 방코델타아시아가 북한과 불법 거래를 했으니 '금융 왕따'라고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며 나머지는 금융시장이 알아서 했다. 결국 이 파장은 해당 은행을 전 세계 금융계에서 소외되게 만들었으며 다른 국가의 은행들도 미국을 의식하여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말 그대로 이전까진 겪어보지 못한 금융시장의 냉대를 경험한 것이다. 중국마저도 미국의 압도적 금융파워 때문에 미국 재무부의 조치에 따랐다고 하니 북한은 말 그대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되고 배제되었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를 7발이 발사하고, 10월 9일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금융 제재가 지속되는 한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고 결국 동결된 자금을 반환해 줄 것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했으며 2007년 1월, 미국은 재제 해제를 결정했고 김정일 국방 위원장은 더 이상의 핵실험 계획은 없다고 선언했다.
달러의 힘이 이 정도다. 포탄 한발 발사하지 않고 생떼를 부리는 북한을 완벽히 제압하였다.

CONCLUSION:: 국제통화가 되기 위한 요건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만이 해당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패권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먼저 경제규모다. GDP가 크고 세계 무역에서 비중이 높으며 세계시장과 잘 통합된 대국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상 경제 리더가 되지 못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적으로 우위를 점한 적은 없다고 한다. 유로연합의 경제규모는 미국과 비슷하며 1인당 소득 또한 유사하다. 더불어 세계 최대 무역 블록으로 전 세계 무역의 16%를 차지하며 미국의 두 배를 차지하지만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락하고 있으며 구매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 특히 단일화가 구조적으로 어렵기에 독자적 행동이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제한점으로 꼽힌다.
다음으로는 금융 발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외부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이 어느 통화에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통화가 유동성을 갖추고 있으며 자산 가격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시장이 개방적이어야 하며 시장의 거래 비용이 높아서도 안 되고, 진입장벽이 있어서도 안된다. 여기에 더해 위기에 맞서 회복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나라는 현재 미국이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위상이다. 군사 대국의 통화는 안전한 통화로 인식되기 때문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는 피후견국에 사용되기 쉽다. 특히 각종 지정학적 위기에 개입하여 안정화를 시킬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환율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 3가지의 조건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러에 대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려질 것이며 유로화, 위안화가 가진 한계점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