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 초보 보좌진의 국회 일기
한주원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OTIVATION:: 처음으로 경험하는 주제 '정치'

이제까지 나는 한 번도 정치와 관련된 서적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켜야만 하는 환경에 있기도 했다. 이유를 좀 더하자면 사실 관심이 있는 주제가 아니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 책은 나의 그런 결심을 무너지게 한 기념비적인 책이 되었다. 국회의 일을 기록한 에세이였지만 그 저자가 정치인이 아닌 초보 보좌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좌관이라는 직책은 옳게 표현하면 보좌진이 맞다고 한다. 해당 급수별로 보좌진, 선임비서관, 비서관, 인턴으로 나뉘며 통상 10명 내외로 구성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보좌관의 직책을 맡은 분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저자는 보좌진으로서 본인이 국회에서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특유의 매력 있는 필력으로 서술한다. 국회 보좌진 채용에 도전하는 순간부터 다정한 정치를 꿈꾸는 여유를 가진 보좌진이 되기까지의 다양한 일들을 기록하는데 마치 그녀의 비밀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어찌 보면 일반인들에게 국회의 이야기는 매우 생소할 수밖에 없다. TV나 신문 등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 국회를 상상해 보면 결코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와 같은 제목을 써낼 수가 없다. 저자는 이런 독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서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라건대, 당신이 색안경을 끼고 있다면 그대로 있어주길. 이제부터 입체감을 더할 테니 말이다.' 나는 저자 서문에서부터 정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나 자신을 한없이 혼내주었다. 더불어 저자의 글이 얼마나 나의 편견들을 깨부술지 걱정마저 되었다.


KILLING PART:: A 당 보좌진이 B 당 보좌진에게 말을 걸었다

매일 2종류의 경제신문을 받아본다. 경제신문임에도 정치 이야기가 절반 이상은 되는 것을 처음에는 참 못마땅해했었다. 물론 지금도 굳이 설명하자면 정치 섹션보다는 경제섹션에 더 무게를 두고 읽기는 한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임을 이해하면서부터는 공존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사실 경제섹션을 못마땅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항상 싸우기 때문이다. 이유가 너무 아이 같은 표현을 썼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 이유가 맞다. 크게 나눠 여당과 야당은 싸우기를 반복한다. 고성과 몸싸움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쇼맨십처럼 느껴질 정도이니 나중엔 주먹다짐도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저자가 국회에서 겪은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싸움'에 관한 것이었다면 책을 읽다가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한 이 일화는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가슴엔 큰 울림을 주었다.

보좌진들 또한 야당과 여당으로 나뉘니 서로에게 날을 세운다고 한다. 말 그대로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특히 각 당의 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할 때 그 신경전은 극대화된다고 한다. 공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다른 당의 보좌진과 나란히 앉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를 꺼림칙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사실 핸드폰과 노트북으로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바로 옆에 앉아있으면 눈길만 한번 돌려도 정보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폰 밝기를 내리거나 일부로 자기 몸 쪽으로 기울여서 핸드폰을 본다든지 중요 정보의 글씨 크기를 줄인다든지 등의 상황이 연출된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에게 옆 당의 보좌진이 말을 걸었다고 한다. 저자는 괜한 거부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마지못해 충전기를 가방 속에서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옆 당의 보좌진이 하는 말은 저자를 무장해제 시켰으며 그 둘은 막연한 동료가 되었다고 한다. 말 몇 마디가 오갔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냐고? 아래 대화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B 당 보좌진: '혹시 핸드폰 충전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저자: ..... (멀뚱멀뚱)

B 당 보좌진: 영감들이 사이 안 좋다고, 우리까지 나쁠 건 없잖아요?

저자: 제가 아이폰을 써서요, 갤럭시 잭이 없네요. 어쩌죠?

B 당 보좌진: 괜찮아요, 말 한번 걸어보고 싶었어요 ^-^


CONCLUSION:: 사람을 살리는 글을 죽을 때까지 쓰고 싶다.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정치 이론을 공부하던 대학시절의 저자, 그녀의 글 솜씨는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저자가 스물두 살쯤 학교 측의 일방적인 소통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쓴 적이 있었다고 한다.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이고 피곤에 찌든 채 전공 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수님이 갑자기 저자의 이름을 부르며 한마디를 하셨다고 한다. "근래 보기 드문 정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대자보였어." 저자가 쓴 대자보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지만 책에선 확인할 수 없었고 저자에게 이메일로 해당 내용을 문의해놓은 상태이다. 대자보의 내용도 훌륭했겠지만 전공 수업의 교수님의 칭찬은 내가 들었더라도 앞으로의 글을 쓰는데 엄청난 힘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 칭찬을 듣고 딱 그때부터 자꾸만 사랑해달라 속살대는 것처럼 글이 그녀를 에워쌌다고 표현한다. 감정을 너무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필력이 보통은 아닌 것이다.

저자의 필력은 국회에서 일하면서 더 큰 두각을 나타냈다. 능력을 인정받아 축사, 메시지, 모두 발언의 발제와 꼭지, 연설문 등의 모든 종류의 메시지를 썼으며 당 대표실 메시지팀에 스카우트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글을 쓰면서 저자는 과연 좋은 글이 무엇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은 무엇인지를 고민 또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과 노력의 시간들이 지금 그녀의 필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글쓰기도 어려운데 정치적 글쓰기를 주로 하는 그녀 또한 고민이 많다고 하며 그 고민의 결이 그녀를 존경하게끔 만들었다.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글을 쓰는 것, 누구도 본인이 쓴 글로 인해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안에 대해 빠르고 깊이 있는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에 맞게, 적확한 내용으로 쓰는 일을 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가 일하는 국회 이 둘을 나는 이제부터 응원하기로 하였으며 다정한 정치를 함께 꿈꾸는 1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