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혁명 1 - 일용할 양식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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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편견과 오만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오만으로 밝혀진 요즘이다. 흥미 위주로 일종의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나의 편견은 최근 읽은 '집 보는 남자'라는 소설책을 시작으로 빙산이 녹듯 녹아내리고 있다. 쉽게 말해서 '배울 게 없다, 얻을 게 없다'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소설책은 나에겐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류였으나 최근 읽은 소설책에서 느낀 긴장감 넘치는 전개, 스토리와 더불어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문체와 필력 그리고 상상력에 압도된 나 자신을 보면서 이 세상을 배울 게 없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과 혁명'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 한 권만 해도 600페이지가 넘는다. 이런 어마 무시한 장편 소설을 집필한 김탁환 소설가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사랑과 혁명'은 원고지 6000매 분량으로 4년 만에 써낸 역사소설이라고 한다. 그간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등 수많은 역사소설을 펴낸 저자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전남 곡성으로 내려가 실제로 그곳에서 발생한 천주교 탄압인 '정해 박해'를 배경으로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는 추석 연휴에 독서 등을 켜고 3일간 천주교 박해의 옥사(獄事)인 '정해 박해'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KILLING PART:: 정해 박해

한국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역사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자신이 없는 나에게 역사를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은 또 한 번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어린 시절 국사에 흥미가 없어 이과 진학을 결정하고 그 이후로 직장인이 되어 한국사 자격 능력 시험을 의무로 봐야 하는 그 순간까지 내 삶에 역사는 없었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국사 자격 능력 시험을 준비하면서 뒤늦은 흥미가 생겨 요즘엔 역사에 대해 거부감은 없으며 오히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기에 <사랑과 혁명>이라는 책도 나를 움직이기엔 충분한 자격이 있는 책과 소제였다.

정해 박해는 1827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 옥사이다. 내 어휘 수준을 기준으로 서평을 작성하다 보니 과도한 친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단어의 뜻을 먼저 정확히 알아보려고 한다.

'박해'는 개인이나 집단이 개인 또 다른 집단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학대받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종교적, 인종적, 정지적 박해 등이 있다.

'옥사'는 반역, 살인 따위의 크고 중대한 범죄를 다스리거나 그 사건을 의미한다. 역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나의 생각을 담아 설명했을 때 객관적이 못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두산백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1801년(순조1) 신유박해 때 살아남은 천주교인들은 산간벽지로 흩어져 새로운 교인촌을 이루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신유사옥을 마무리짓기 위해서 전국에 발포한 ‘척사윤음(斥邪綸音)’은 천주교 탄압의 법적 근거가 되어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박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천주교인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정하상(丁夏祥) 등을 중심으로 교회재건과 성직자 영입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1827년 2월 곡성의 한 교인촌에서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 곡성 현감에게 천주교도를 고발하는 밀고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빌미로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가 다시 벌어졌다.

곡성에서 시작된 천주교인에 대한 검거선풍은 차츰 전라도 전역으로 파급되었고, 240여 명의 교인들이 전주감영에 갇히게 되었으며, 이어 4월 22일 전주의 포졸들이 경상도 상주에서 신태보(愼太甫)를 체포하여 전주로 압송해 가면서 경상도에서도 천주교인들에 대한 검거선풍이 불어 많은 교인들이 체포되었다. 서울에서는 4월에 이경언(李景彦)이 체포되어 전주로 압송되었고, 충청도 단양에서는 경상도에서 박해를 피하여 이곳의 교인 집으로 숨어 들었던 신자들이 체포되어 충주로 압송되어 갔다. 이렇게 하여 전라도·경상도·서울·충청도 등지에서 2~5월의 넉 달 동안에 500여 명의 천주교인들이 체포되었다. 그런데, 이들 중 전라도에서 신태보·이경언·이일언(李日彦)·정태봉(鄭太奉) 등 8명, 경상도에서 박보록(朴甫錄)·박사의(朴士儀)·김사건(金思建) 등 6명, 충청도에서 황지석(黃之石)·유성태(劉性泰) 등 2명, 도합 16명이 순교하였으며, 이들 말고 대부분의 신도들은 배교하여 석방되거나 유배되었다. 이 옥사로 전라도 지방의 천주교회는 거의 궤멸 상태에 빠져 버렸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해박해 [丁亥迫害]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정해 박해로 인해 또다시 조선은 천주교 탄압으로 들끓게 된다. 당시 조정은 천주교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곡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범위를 한양까지 확산하여 500여 명의 교인을 체포하였고, 지독하게 고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정해 박해는 천주교사에서도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김탁환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방대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19세기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CONCLUSION:: 제목답게 사랑과 혁명이 시작되다.

책의 제목에 포함된 사랑, 난 이 사랑의 의미를 '박애'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해 박해'를 주제로 쓰인 장편소설이라고 하니 당연히 탄압받은 천주교인을 기리며 '박애'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1권에서부터 사랑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이건 사랑과 혁명이라기보다는 사랑과 영혼에 가까운 ...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가장 먼저 농사꾼 '들녘'이 비춰진다. 장선마을에 사는 농사꾼으로써 그 마을에 총 3명의 바보 중 한 명이다. 타고난 농사꾼이며 마을 주민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조건 없이 베풀고 각종 선행을 앞장서하는 등의 천진무구한 모습을 보인다. 총 7년간 소작농으로 성실히 일했고 그에 따라 수확량도 주위 농부들보다 월등했지만 빚이 계속 쌓여만 가는 구조적 불합리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마을을 떠나 나무꾼의 길을 걷는다. 숙련된 나무꾼인 '곡곰' 밑에서 나무하는 법을 배우며 산속에서의 삶에 한참 적응을 해가다 장작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중 한 명인 '아가다'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어느 날 '들녘'은 '아가다'의 뒤를 쫓아 옹기촌이자 교우촌인 덕실마을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린 '들녘'은 '아가다'와 함께 하고 싶어 했고 그 옹기촌에서 옹기 만드는 일을 도우며 살다 자연스럽게 신(神)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덕실마을은 그간 '들녘'이 살았던 마을과는 너무 다른 따뜻함을 가진 곳이다. '옹기'를 굽는 열기가 머무는 그곳, 특히 서로를 위한 마음이 여태껏 '들녘'이 느껴왔던 수준과는 다른 것이었기에 '들녘'은 마을과 그들의 삶에 더욱더 빠져들게 된다. 나는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한 인물에게 내 스스로를 투영하는 편이다. 내가 마치 '들녘'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만약 '들녘'이었어도 악독한 주인을 만나 열심히 일했음에도 빚만 늘어나는 그 부조리에 그 마을과 사람에 대한 온갖 정이 다 떨어졌을 시기에 덕실마을은 그야말로 천국에 가까웠을 것이다. 특히 흠모하는 여인을 따라온 곳이니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일만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젖어들 무렵 사람들이 사는 곳에선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는 법... 마을을 대표하는 옹기 대장인 이오득이 마을을 급습한 뱀들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심과 현 체계를 유지하려는 주민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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