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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 일도 인간관계도 버거운 당신에게
김민성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9월
평점 :
MOTIVATION:: 중꺾마

요즘 시대에 MZ 세대들이 즐겨 쓰는 용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언제부턴가 중꺾마 라는 용어를 이곳저곳에서 듣게 되었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힘이 되는 약어였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의 저자 김민성 님이 프롤로그에서 '중꺾마'를 본인의 신조로 삼고 살아간다는 말을 한다. 난 순간 저자가 '중꺾마' 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중꺾마의 원조는 Lol 프로게이머인 데프트 선수(김혁규 선수)이다. 2022년 롤드컵 로그전에서 패한 뒤 "오늘 지기는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라며 패배한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임을 표현했다. 데프트 선수가 처음에 '중꺾마' 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데프트 선수의 이 인터뷰 기사 제목이 <패배 괜찮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고 나오며 유명해졌고 이후 데프트 선수는 결국 롤드컵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이루어냈고 결승전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스스로 입증해 낸 셈이다.
최근에 알게 된 다양한 신조어에 대해 관심도 없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지만 '중꺾마'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간다.
KILLING PART:: 내 경조사에 아무도 안 온다면

대한민국의 경조사 문화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나이가 먹어가며 바뀌어 왔다. 어릴 적 결혼식장을 가득 채운 하객들을 보며 나도 나중에 결혼했을 때 누구보다 많은 하객이 올 수 있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장례식도 마찬가지였다. 3일 동안 장례식장을 찾아오는 많은 지인분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가 느껴졌다. 굳이 시기를 말하자면 사람 욕심이 생긴 건 이때쯤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환상이 벗겨졌다. 많은 하객들이 찾아주었고 누가 왔는지 사진을 보면 전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는데 내가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기도 했다. 나의 결혼식은 아이들이 정말 많이 아팠다고 한다. 결혼식장에 못 온 선배, 동기, 후배들의 문자엔 하나같이 아이들이 아팠다는 사정이 있었다. 다 떠나서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꼈던 진짜 이유는 오지 않은 하객 때문이 아니라 결혼을 하기 전 단순 사람에 대한 욕심이 크게 피어올랐다는 데에 있다. 결혼식에 100명이 찾아오면 어떻고 200명이 찾아오면 어떠한가? 그 당시 나는 하객의 수가 나를 평가받는 수치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지나고 보니 정말 아무 필요 없는 나로 인해 발생한 단순 욕심이었다.
내 경조사에 아무도 안 오는 건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안 온 사람들에 대해 실망을 하지 않을 자신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기쁘고 내 가족이 기쁘면 되는 것이지, 누군가가 나의 기쁨을 알아주고 함께 기뻐해 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고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쁨을 값진 시간을 내어 기억해 주고 찾아와 축하해 주는 분들은 잊지 않고 감사드려야 하며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CONCLUSION:: 만만한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

살아오면서 들어본 횟수는 손가락 안에 들지만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내가 이런 멋진 말을 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내 스스로가 존경받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따라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파트들은 물 흐르듯이 술술 읽어나갔지만 이 파트는 굉장히 무게감 있게 다가왔고 내 마음속 종을 울려주는 문구를 발견했다. 저자는 말한다. 만만한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상대방의 부탁을 '잘 거절하느냐' 와 '못 하느냐'의 차이라고.
예를 들어보자. 모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고 결국 무분별한 선행으로 이어지게 되면 오히려 나를 '착하고 일 못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과거 내가 그랬었다. 특히 선배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단순 업무적인 부탁부터 나아가선 술자리나 운동 등 다양한 상황에 나를 필요로 했고 다 함께하려하다 보니 결국 내 스스로의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럴 만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남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맞추어 살았으니 내 스스로도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반면 존경받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일을 못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을 못 했거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현명하게 처신한다고 한다.
여기서 난 현명한 거절에 대해 집중한다. 나도 돌이켜보면 현명하게 거절하는 사람은 결코 함부로 대하거나 가볍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단호한 거절이라기보다는 현명한 거절인데 예시를 보여주겠다.
지금 일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는 일이 마무리되면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시 어떤 상황이어서 일 처리를 못하시는 거죠?
이렇게 말하게 되면 '이 사람은 무조건 도움 주는 사람이 아니구나. 이 사람에게 부탁하려면 이 사람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고려해야겠다'라고 인식한다. 또한 나중에 일을 도와주게 되었을 때는 '이렇게 바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도와주고 있다'라고 인식하고, 같은 도움을 주더라도 그 도움의 가치를 더 높게 느낄 것이며, 도움을 준 사람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