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신이 주신 노하우
김준식 지음 / 좋은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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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

나는 직장이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골프를 다소 일찍이 쉽게 접했다. 밝히기는 어렵지만 직장 안에 9HOLE 골프장이 있었고 주말마다 직장인 할인을 통해 저렴하게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주말부부 선배님들과 총각 선배님들은 대부분의 주말을 골프 라운드를 하는데 보냈고 막내이자 총각이었던 나 또한 자연스럽게 선배님들과 함께 골프를 접할 수 있었다.

직장 내 선배님들 대부분이 골프를 치고 주말마다 함께 라운드를 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기에 혼자서 다른 운동을 하거나 골프를 하지 않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골프를 치기 전에는 골프는 황제 운동이며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직장인 할인을 통해 9HOLE을 2바퀴 도는데 캐디피를 포함 5만 원이면 가능했고 이는 바깥 민간 CC의 1/5의 가격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우리 직장 다닐 때 골프 많이 치는 게 돈을 버는 거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난 스스로 강하게 믿고 있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 가장 빠른 길은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을 먼저 이룬 사람을 따라 하고 그에게 배우는 것. 스스로 답을 얻을 때까지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는 방법 또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좋은 스승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스승님이 알려주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려고 했다. 마치 스승님의 그림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어떤 방법이 맞다, 틀리다를 정의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매번 그런 방법을 찾아 실행해왔고 매번 후회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난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약력에 궁금증이 생겼고 저자는 골프 강사로 15년간을 활동하면서 제자만 1000명이 양성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약 1.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려진 영상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THINK::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었던 중국 코스요리

사람들은 누구나 눈물의 빵을 먹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눈물의 빵이 스스로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켰는지도 느꼈을 것이다. 골프 세계에서 나를 성장시켰던 건 '중국 코스요리'였다. 무려 7만 8000원. 가격도 아직까지 기억한다. 2013년 정도로 기억하니 7만 8000원이면 절대 싼 가격은 아니었다.

골프를 친지 1년 정도가 되었을 무렵, 동기로부터 라운드 초대를 받았다. 골프를 시작하고 거의 매주 주말마다 직장 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했던 터라 1년의 짧은 구력 치고는 자신감도 굉장히 올라왔던 시절이었고 흔쾌히 함께하기로 약속을 했다. 라운드 전날 동기의 집에서 위스키도 한잔하며 다음날 아침 라운드에 대한 설렘을 안고 잤고 3~4시간 정도 잠을 뒤척이고 아침 6시 첫티로 티오프를 하였다. 일단 동반자들이 동기의 직장 선배분들이셨기에 필드에서 처음 뵙게 되었고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분위기로 라운드는 시작되었다.

나는 보통 직장에서 선배들과 라운드를 할 때 긴장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타수당 1000원 내기를 하곤 했다. 사실 잃어도 크게 잃지 않고, 대부분의 라운드에는 선배들이 돈을 돌려주시고 훈훈하게 게임이 마무리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 분위기는 달랐다. 1타당 2000원 내기를 했는데 전 홀에 누군가가 버디를 하거나 더블보기 이상을 하게 되면 1타당 금액이 2배로 늘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배, 4배까지도 판돈이 커지기도 했다. 9홀을 돌고 ATM기에 가서 현금을 20만 원이나 더 뽑아왔던 것이 기억나는 것을 보니 절대 작은 판은 아니었다. 구력도 짧은 데다 처음 와보는 CC라 코스와 그린 파악도 어려웠고 홈그라운드에 이점을 가진 나머지 3명의 동반자에게 나는 매홀 벌금을 상납하게 되었다. 거의 4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잃었는데 나는 라운드가 종료되고 돈을 다시 돌려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라운드가 끝나고 내가 낸 벌금으로 캐디피를 지불하였으며 남은 금액을 돌려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입구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중국음식점에 도착했고 동기는 들어가는 카운터에서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리더왕, 덕분에 골프도 잘 치고 저녁식사도 맛있게 먹을게

동기는 판돈으로 모은 현금으로 31만 2000원을 선결제하고 룸으로 들어갔다.

코스요리 이름이 만한전석 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나에겐 태어나 여태껏 먹어본 중국요리 중 가장 맛이 없었고 불쾌하기까지 하였으며 남겨본 것도 처음이었다.

 

KILLING PART:: 마음을 다스리는 골프 철학

지금의 나는 팔꿈치와 어깨의 부상으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사실 골프보다 테니스라는 운동의 매력에 더 크게 빠졌고, 배우자가 테니스에 훨씬 더 큰 흥미를 가지고 있기에 굳이 가며 오며 공치고 식사까지 하면 반나절을 소모하는 골프에 시간을 쓸 이유가 없어졌다.

한참 혈기왕성하던 20대, 직장에서 골프 대회를 하면 롱기스트를 2번이나 해보았고 대회에 최저 타수를 치는 사람에게 주는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얻은 적도 있다. 그 당시에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1도 안 했던 것 같다. 시간만 나면 연습장에 갔고 하루 5시간씩 퍼팅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하기에도 바빴다. 오로지 타수, 그 숫자를 하나라도 줄여보겠다는 생각에만 집중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삼국지로 따지면 장비와 같은 장수가 되기 바빴던 것 같다. 문무와 지덕을 다 갖추었다면 더 훌륭한 장수가 되었을 수 있는데 정말 무식하게 공을 치고 또 치기에 바빴다.

저자는 말한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운동이라고. 그는 골프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를 설명해두었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운동을 글로 배웠어!'라는 핀잔이 있을 정도로 운동의 기술적인 부분은 글로 표현하고 이해하기가 참으로 난해하다.

내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축구에서 아웃사이드로 휘어나가는 프리 킥을 잘 차기 위해서는 일단 도움 발을 40도 정도로 틀어서 발 앞꿈치 30% 정도를 지면에 밀착시키고 차는 발의 발목을 완전히 신전시킨 다음 공의 5시 방향을 발의 안쪽 날 앞 1/3부분으로 찍어누른다는 느낌과 더불어 쓸어 친 다는 생각으로 차주되 힘은 평소에 발의 힘을 100이라고 생각했을 때 80 정도로 시작하여 임팩트 되는 순간 발 날을 5시에서 6시로 가져가 주면서 힘을 20 정도 더 빼주어 차야 한다.'

이 설명을 듣고 찰 수 있겠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서 글의 효과를 훨씬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자체는 원래 보이지 않으며 스스로만 읽을 수 있고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골프 리듬, 감정 조절, 비움, 회복탄력성, 활력, 순간 집중력, 자기효능감, 지속, 자기중심성에 대한 설명은 정말 내가 약 5년간 골프를 치면서 다양하게 경험했던 모든 문제점들의 대응법과 해결법들을 다루고 있었다. 실수를 할 때마다 단순히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기 바빴기에 결국 부상을 얻고 골프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 US OPEN 승리로 메이저 대회 24회에 빛나는 테니스의 신 조코비치의 코치진 중 가장 비싼 연봉을 받는 코치는 바로 멘탈 코치라고 한다. 이 책을 20대 골프에 한참 미쳐있을 때 알았더라면, 혹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멘탈적인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CONCLUSION:: 베스트 스코어

혹시 골프를 친다면 인생의 베스트 스코어를 냈던 날이 기억에 나는가? 아마 기억을 할 것이다. 나 또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직장 골프 대회에서 처음 보는 동반자들과 즐거운 라운드를 했다. 싱글(79타)을 못해봤기에 한참 친한 동반자들과 싱글 사냥을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했었다. 그리고 대회 날, 사실 대회의 중압감과 처음 보는 동반자들의 환경으로 인해 싱글에 대한 생각은 없었고 새로운 선후배를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플레이에 임했다. 후반 17번 홀에 왔을 때 캐디분께서 스코어에 대한 조언을 해줬을 때야 나의 타수를 알게 되었다.

리더왕님 지금 +8오버니까 버디 하나만 잡아봐요 그럼 싱글인데...

17번 홀은 다행히 파(PAR)로 마무리했고 18홀에 들어섰다. PAR4 핸디캡 1번 홀, 길이가 길어서 2온이 힘든 홀이었다. T 샷을 했는데 마침 잘 맞았고 남은 거리가 160 정도 돼 보였다. 6번 아이언을 부탁했는데 오늘 라운드 중에 한 번도 다른 아이언을 추천한 적이 없었던 캐디님께서 좀만 더 길게 보시고 5번을 잡아보라고 하셨다. 6번이 그나마 익숙한 아이언이었고 5번은 제대로 된 비거리를 낸 적이 별로 없었기에 잘 사용하지도 않았던지라 잠시 망설였지만 캐디님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먼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캐디님이 조언해 주실 때 뭔가 영적으로 잘 될 것 같다는 믿음의 신호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쳤고 공은 홀컵에서 1.5M 정도에 잘 떨어지게 되었다.

캐디님께서 동반자분들에게 말했다.

리더왕님 오늘 이거 OK 주시면 처음으로 싱글하시는 거래요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누군가 OK를 주시면 1초도 망설임 없이 공을 주워들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장 높은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눈 감도고 넣겠구먼, 제대로 싱글해버려!

난 가장 높은 선배님의 마음이 내가 꼭 싱글을 하기 바라는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그 말씀에 나는 오기가 생겼다.

1.5M 퍼트를 앞두고 라이를 앞뒤 옆으로 다 보고 심지어 바람까지 체크하고 어드레스를 3번 이상을 풀었던 것 같다. 다행히 공을 홀컵으로 들어갔고 처음으로 싱글이자 그 대회에서 가장 최저 타수를 쳐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저자가 베스트 스코어를 냈을 때를 복기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설명한다. 그건 바로 '시너지 효과'. 보통 동반자가 샷을 할 때 진심으로 그 샷이 잘 되길 바라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의 샷이 잘 되길 바란다면 오히려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샷에 대하여 확신을 갖게 되는데, 이는 자기암시 효과보다 강하다고 말이다.

나는 역으로 동반자가 나의 성취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마음을 느낄 때 오히려 내 플레이에 집중이 되고 몰입을 하며 좋은 플레이를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시너지 효과'에 NEGATIVE 버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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