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할 때 초록잎 시리즈 14
신운선 지음, 유보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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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VATION:: 내가 겪은 일과 너무 닮은 이야기


 

소설이라는 장르를 즐기진 않는다. 여태껏 읽어본 소설을 손에 꼽을 정도로 크게 관심이 없었다. Fiction이라는 개념에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과 너무 닮아 있었다. 마치 나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처럼.

그리고 유아를 위한 책과 초등학생을 위한 책의 수준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최근에 느낀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초등학교 5~6학년을 위한 동화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이런 글을 읽는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랬다.

나는 어릴 적 나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살아온 하루하루의 경험을 통해 느끼고 깨닫는 것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책을 어렸을 때부터 읽어왔다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나 일들에 대해 차분한 감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초등학생 아이가 겪을 수 있는 3가지 이별에 대해 말한다. 부모님, 친구 그리고 10년이 넘게 키운 반려묘와 이별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감정을 세세하게 묘사하였다. 저자가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하나 놀랐던 것은 작가가 가진 능력이겠지만 성인이 된 후 초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글로써 묘사해 내는 것은 마치 주인공인 초등학생들이 글을 쓴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가져올 정도였다.

 

KILLING PART:: 마지막 인사는 어려워

동화 속에서 다루는 3가지의 이별을 나 또한 모두 경험해 보았다. 특히 10년이 넘게 키운 반려묘와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쓴 일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낀 감정이 닮아 있었다.

나 또한 어릴 적 반려견을 키웠다. 14년을 함께했고, 반려견이 낳은 아이들 중 막내 강아지를 함께 키워 총 2마리와 10년이 넘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둘 다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함께한 추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키운 강아지도 신부전증을 앓았다.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정말 많은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인간에겐 노화와 같은 것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태어난 지 2~3개월 된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와 키우기 시작해서 사람으로 말하자면 유년기, 청년기, 노년기를 압축적으로 보내니 사실 가족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강아지를 키워보면 삶의 한 사이클을 이해할 수 있다. 평생 집에 오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들판에 풀어놓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줄 알았던 아이들이 느려지고, 생동감이 약해지며, 먹는 밥의 양도 줄어드는 것을 보면 세월의 야속함 마저 느껴진다. 아프고 야위고 허리도 굽는 모습을 보다 보면 한없이 짠하고 못되게 굻었던 기억만 남아 한없이 후회하게 만드는 것 또한 인간사와 같다. 특히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매번 어머니께서 마지막 모습을 함께했고, 나는 부랴부랴 소식을 듣고 집에 와서 보곤 했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항상 가기 전에 옆으로 최대한 달라붙는다고 한다. 생각보다 요란스럽지 않고 준비를 하고 가는 느낌으로 그렇게 차분하게 숨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께서는 끝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고맙다'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집에 와보면 어머니 옆에 고이 자고 있는 듯이 누워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주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우리 가족 또한 반려견을 하늘로 보낼 때 장례식을 하고 화장을 했다. 나도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를 치러주는 시설들이 있었고 오기 전에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내달라고 하셔서 보내드렸는데 시설에서 만든 추모영상 앞에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 흐르는 눈물에 담아 보냈다.

그렇게 보내주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가벼워짐을 느꼈다.

 

CONCLUSION:: 다 큰 아이들

등장인물 유주와 재이, 절친한 두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중에 나의 두 딸도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둘의 대화와 감정선에 집중하며 글을 읽었다. 아들만 둘, 가족관계에서 누나나 여동생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모르진 않았을 텐데 사실 첫째가 딸이라는 소식에 내가 과연 딸을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두 딸의 아버지로서 걱정보다는 배우고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재이라는 아이는 아빠와 둘이 산다. 신기한 건 어린 재이가 아빠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고 심지어 이해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재이가 보여주는 모습처럼 그렇게 성숙한 생각을 초등학생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최근에 배우자와 보고 있는 '나는 솔로' 돌싱 편에서 눈시울을 붉힌 장면이 2번 있었다.

암 투병으로 사별을 한 남성 배우자가 출연을 결심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중학생 자녀들의 강력한 추천을 받았다는 것... 본인들을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겠는가? 외롭게 지내는 아버지를 위한 것임에 어떻게 자녀들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두 번째로, 딸을 혼자 키우는 여자 출연자들이 재혼을 생각함에 앞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지 고민을 하고, 심지어 여성 출연자들의 부모님들께서 아이는 그냥 부모님에게 맡기고 새 출발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말에 다들 눈물을 쏟는 장면. 감히 말하면 부모님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겐 할머니 할아버지이지만 온전한 부모님이 생기는 것이고, 새로 시작하는 딸에겐 자식이 없으니 이기적으로 표현하자면 오히려 고민거리는 줄어든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 한 분의 말이 정말 진하게 와닿았다.

딸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새 출발 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

그럴 거면 딸을 그쪽에 주고 왔지

이게 어머니이고 모성애이다. 난 남자이고 아버지의 입장이지만 모성애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린 자녀들을 마냥 어리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성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깊이의 마음을 가졌으며 가르치려고만 해서도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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