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쿠 -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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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쿠는 한마디로 새로움이다. 작가의 첫 단편집 작화증 사내도 소재나 이야기 방식이 새롭다는 생각을 했는데, 토스쿠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움을 맛볼수 있었다. 우선, 작품의 제목이자 작품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토스쿠라는 신조어에서부터 새로움....낯섦, 어색함, 모호함.. 등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주고 있다.

 

작가는 글을 통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낼 의무를 가진다. 새로운 인물, 새로운 플롯, 새로운 표현.... 토스쿠가 인간과 세계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작가는 그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떻게 실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작가는 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존재와 실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숙제다. 과학자는 실험과 검증으로, 예술가는 색과 소리로, 작가는 언어로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찾아간다. 

 

 

토스쿠는 작가가 만들어 낸 전혀 새로운 존재이자 그 존재와 만나게 하는 통로, 공간을 뭉뚱그린 매우 창의적인 개념이면서 하나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도플갱어도 아니고, 나의 분신인 아바타도 아니고, 평행우주 속을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도 아니며. 한 몸 안의 다중인격도 아니다.

 

나의 전부이기도 하고 일부이기도 한 존재, 나의 현재 모습보다 낫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 또 다른 자아. 현재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주 평범한 세계, 차안과 피안의 경계간에 단절이 없는 세계. 모호함 그 자체이다. 마치 하나의 개체가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와도 닮았다.

 

그러면, 작가는 토스쿠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문학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것이 된다는 말이 있으므로 굳이 작가의 의도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고, ‘토스쿠가 새롭게 창조된 이미지이므로 많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처음에는 평행우주속의 또 다른 나를 떠올렸다. 현실이 힘들 때, 우리가 사는 우주와는 다른 우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면서 느끼는 위안을 생각하면 진짜 평행우주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그런데, 토스쿠는 현재, 여기와는 단절된 전혀 모르는 어떤 존재나 세계가 아니라, 항상 나와 연결되어 있으며 나를 반영한다. 내가 숨기고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혼재된 또 다른 나이자, 그 또 다른 나로 가는 통로이다.

 

토스쿠는 이 소설에서 또 다른 큰 뼈대를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바다와도 연결된다. 플라스틱은 평균 분해기간이 약 100만년이나 될 정도로 불멸에 가까운 쓰레기이다. 우리가 우리속에 늘 도사리고 있는 토스쿠라는 또 다른 진실을 잊고 있는 것 처럼, 우리의 화려하고 깔끔한 현실 저 멀리에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생명의 바다를 부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토스쿠는 실체가 모호한 또 다른 자신이지만, 언젠가 이 세상을 덮칠지 모르는 플라스틱 바다처럼 항상 나를 주시하며 유령선 처럼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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