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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디자인 ㅣ Design Culture Book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평점 :
텐바이x, 모닝글로x, 아트박x.. 이런 디자인 문구점에 가면 아이디어 넘치는 상품들을 볼 수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그걸 보고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나도모르게 지갑이 열리게 된다. 소비자, 사용자 입장에서 더 편하고 아름다운, 때로는 귀여운
이런 물건들은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삶이 각박하고 정신이 없다면 꼭 필요한 필수품만 존재하지 않을까. 하지만 신이 창조한 자연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의자, 신호등, 접시, 거울을 이용한 설치미술,
플라스틱 장난감, 레고, 노트, 종이컵, 도시 벽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유래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건의
역사와 현재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잘 보여준다. 이 중 몰스킨 수첩에 대한 설명이 인상깊었다. 집에 수첩이 넘쳐나지만 밖에
나가면 죄책감없이 손쉽게 사오는 것이 또 수첩이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가 속에 한 두 장 쓰고 찢어버리고 더이상 손이 가지 않는
수첩들.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다양한 기록들이 정리되지 않고 이곳저곳에 적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나의 수첩들. 그런데 몰스킨은 그런
수첩에 일련번호와 이름, 주소를 쓸 수 있게 디자인되어있다.(혹시 나의 기억을 적은 수첩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하여 이 수첩을 찾아주신 분께는
감사의 마음을 보상하겠다는 내용을 기록했다는 영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여행작가인 브루스 채트윈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자신의 기록을 아꼈는지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이제는 수첩을 쓸 일이 더더욱 없어졌다.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사진으로 찍어 더 생생하게 남기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손때가 탄 나만의 수첩,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 자꾸 작심삼일 되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날아가버리는 디지털정보보다 10년, 아니 100년이 지나도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기 기록은 시간이 흐른 후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행복이란 기억이라는 말. 내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한들 그 당시
수첩 귀퉁이에 적어둔 한 구절보다 과거의 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지친 오늘날 아날로그적 기록물에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인 것 같다. 몰스킨 역시 1980년대 자취를 감추었다가 10년 후인 1997년에 재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들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요리조리 생각했을 그들의 노력에 경외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