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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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종교 단체는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에 비례하여 선량한 의지를 가지고 순수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천주교는 결혼을 하지 않고 일생을 자신의 소명에 따라 희생하는 사제와 수녀들의 경건한 모습과 업숙한 의식이 연상되는 만큼 더욱 확고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종교단체는 가장 부패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 중 하나다.

 

바티칸은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하여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는 치외법권 지역이다.
중세시대에는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중부의 넓은 지역에 걸쳐 교황령이 존재하였고 주변국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당시 교황령은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했으며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축적하고 떄로는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에는 면죄부를 파는 행위나 성직 매매가 일삼았고, 그로부터 발생한 부는 청빈해야 하는 성직자들을 타락시켰다.
오죽하면 이들의 부패와 타락을 보다 못하여 종교혁명이 일어났을까?

 

현대에 와서 이런 부패가 없어진 듯 보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잔루지지 누치는 성전의 상인들에서 바티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사용해야 할 성금을 유용하고, 마피아를 비롯한 부정한 세력의 돈세탁을 도와주고, 과거에는 면죄부를 지금은 성인의 자격을 사고팔고 있다.
교황청이 관리하는 사업과 부동산, 기금에서는 돈이 줄줄 새고 있으며 사라진 돈의 행방은 도저히 추적할 길이 없다.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취임 후 바티칸의 현실을 파악하고 개혁하기 위하여 자문위원회를 설립하고 기존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은 출발부터 많은 난관에 부딪혔으며 많은 부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체제와 관습에서 안주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던 자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쉽게 내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전세계를 통틀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아직까지 교황의 개혁에 반발하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그들의 저항에 부딪혀 프란치스코의 시도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인간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가 잘못된 소명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잘못된 소명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은 자기가 저지르는 잘못을 합리화하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의식이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정한 틀을 갖추게 되면 나중에는 깨기 힘든 단단한 울타리를 형성하게 된다.
교황청의 그들도 그렇게 젖어들었을 것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이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축적된 견고한 울타리를 어떻게 꺨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바티칸의 근본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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