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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댄스 배틀
김설아 외 지음, 해노아이 그림 / 책담 / 2024년 7월
평점 :
한동안 우리집 어린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돌 댄스 연습이 유행이었다. 학교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아이돌 춤을 추는 것이 하나의 습관이 될 정도였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쉬는 시간마다 매번 댄스 수업이 펼쳐지는 듯했다. 학원에서 아이돌 댄스를 배우는 아이나, 유튜브로 독학에 성공한 아이들이 리더가 되어 춤 동작을 알려주면 다른 친구들이 뒤에서 배우고, 잘 하게 되면 모두 다 같이 춤을 춘다는 하이틴 영화와 같은 광경이란 얼마나 멋질까!
정말 생경하긴 했지만, 상상해 보니 이거 정말 너무 멋진 어린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수업 시간에는 앞만 보고 수업을 듣지만, 쉬는 시간만큼은 주변을 돌아보며 친구들과 같이 신나게 춤을 추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번에 읽게 된 신작 『환상의 댄스 배틀』 은 춤 좀 춰 본 작가들이 춤의 세계를 그려낸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즐겼던 ‘춤’의 세계로 초대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환상의 댄스 배틀』 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살짝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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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설아, 「춤추는 동전」
일반고에 음악 특기생으로 들어가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던 '행복'은 거리의 노숙자에게 금색 동전을 얻게 된다. 동전은 행복을 무인 코인 댄스방 '나혼춘'으로 이끌고, 행복은 춤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춤을 출 때마다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 행복은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지만 피아니스트가 제 꿈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춤이에요.
저는 춤을 추고 싶어요.
- 46 페이지
• 박훌륭, 「꿈을 꾸며」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쌍둥이 형 현수와 동생 민수. 중학생이 되며 부모님은 공부를 하길 원했지만 민수는 춤을 끝까지 밀고 나갔고, 현수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민수가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 연습하던 중 사고로 뇌진탕 증상으로 입원하게 되고, 현수는 의식이 없는 민수 대신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다. 민수의 팀은 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하고 현수 역시 민수의 이름으로 인기를 얻게 되지만, 결승을 앞두고 의식을 차린 민수는 모든 상황을 알게 된다.
꿈은 사람에 따라서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맞는 사람도 있고, 취미로 곁에 두는 것이 맞는 사람도 있다. 꿈을 연인으로 만들기보다는 친구처럼 평생 함께 하는 것도 행복이다. 그거였다. 꿈은 환상이 아니었다. 모든 걸 바쳐 이루어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현실에서 함께하는 것도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 89 페이지
• 정재희, 「유성우가 내리는 날」
리듬체조 대회를 앞두고 서아의 아빠는 돌아가셨고, 서아는 무대 위에서 스텝을 뗄 수가 없게 되었다. 춤을 추지도, 말을 하지도 않게 된 서아는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탭댄스를 추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과 본 유성우를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소년을 찾아다니던 서아. 서아는 책상 서랍에 있던 아빠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아빠의 첫사랑 이야기를 읽게 된다.
상처는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감금시키기도 해. 혼자 웅크리고 있으면 그 안에 갇혀서 나올 수가 없어져. 서툴러도 괜찮아. 실수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 130 페이지
• 조은정, 「비 플러스」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현이'는 줄어들지 않는 체중 때문에 예고 입시 작품 선택에 제약을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 같은 학원 친구가 건넨 '나비약'을 먹고 몸이 날렵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자꾸 나비약을 먹게 된다. 학원의 에이스인 '예인'은 현이를 말리지만 현이는 멈출 수가 없다. 결국 심사장에서 쓰러진 현이는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고, 꿈에 그리던 예고 입시 결과를 받게 된다.
예인이를 배웅하고, 현이는 연습실로 향했다. 머리를 바짝 올려 묶은 후 또아리를 틀고, 실핀을 잔뜩 꽂으니 힘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살구색 스타킹과 검은 레오타드. 현이는 전투 준비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현이는 비 플러스 포즈로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현이는 자신이 이렇게 예뻤던가 하고 생각했다.
- 175 페이지
• 최하나, 「걸 파이터」
평범한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싫은 '민서'는 학교 소풍에서 우연히 듣게 된 케이팝에 안무를 제대로 따라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선생님께 '김 댄서'로 불리게 된다. 이어진 체육대회 장기자랑, 수련회 장기 자랑에서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게 되며 점점 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어진 학교 연합 축제에서 음향 사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대를 마친 민서. 큰 꿈을 안고 전국 대회 예선에 나가지만 쉽지만은 않은 현실에 부딪힌다. 하지만 민서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 지지 않는 걸 파이터의 기억을 가지고 한걸음 나아간다.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 나 걸 파이터였지.' 그 순간 민서의 번호가 호명되었다. 민서는 아까와는 다른, 당당한 걸음걸이로 다른 아이들을 따라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 3년 전 그때처럼.
- 24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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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 미래는 물론이고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청소년기의 고민과 갈등을 하는 주인공들이 춤을 추며 풀어내는 모습이 책 곳곳에 여실히 담겨있다.
미숙한 부분도 있고, 끝내 멈춰버리기도 하지만 다시 한 동작 한 동작 최선을 다해 쌓아나가 결국은 멋진 댄스를 보여주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답답한 현실의 순간에서 벗어나 마음껏 숨 쉬고, 웃고, 뛰어오를 수 있게 해 주는 댄스의 힘! 야무지고 당찬 주인공들의 『환상의 댄스 배틀』 을 떠올리며 우리집 어린이의 숨을 틔워줄 통로는 무엇일지, 나는 나만의 진정한 춤을 어떻게 춰 볼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제 생각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