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마법사 ㉡ :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가느다란 마법사
김혜진 지음, 모차 그림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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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접하게 된 마법의 세계는 십중팔구 마법사들과 일반인의 세계가 엄격하게 나뉘어 있었다. 모두가 너무나도 당연히 마법을 쓰는 마법사들의 이야기이거나, 일반인들의 세계에서 능력을 감추고 살아가는 마법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들...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무언가 넘지 못할 어떤 선이 있는것만 같은 느낌이 아쉽기도 했다.

'번쩍번쩍하고 화려한 '마법사들만'의 이야기 말고 작고 소소하지만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다 함께'의 세계가 있을까?'라고 종종 생각하곤 했는데, 그 은근한 기다림의 답으로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다.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는 '가느다란 마법사' 시리즈의 ㉡편이다. ㉠편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를 모르더라도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책을 열면 머리카락 한 올만큼 가느다랗고, 종이 한 장만큼 얇고, 그믐달처럼 여윈 마법이지만 제대로 쓰기만 하면 얼마든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법, ‘가느다란 마법’을 쓰는 가느다란 마법사와 종이 한 장짜리 책 타파하, 먼지뭉지 쓸모의 모험을 어렵지 않게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니 가느다란 마법사는 동료이자 길잡이이자 친구 아자차카타파하, 아니 아주착한 타파하와 먼지뭉치 쓸모와 함께 가느다란 일들을 해결하며 지내고 있다. 목걸이 줄이 끊어져 떨어진 조그만 구슬을 얇은 젓가락으로 하나하나 줍기, 갈대를 엮어 만든 빗자루로 짙은 안개를 쓸어내기, 백로와 자라의 자리를 각각 갈대를 묶어 표시해두기....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동네 아이들 이예, 유호, 허지, 김서와도 친해져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학교를 사흘째 결석인 유호가 걱정된 친구들은 유호를 데리고 등교하기 위해 유호네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다 만난 가느다란 마법사와 동행하게 된 친구들은 유호가 등교길에 아주 커다란 '못해 강아지'를 마주쳐 학교에 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잔뜩 뭉쳐진 털 속에서 작은 틈을 찾아 가느다란 빗으로 빗어 털에 붙은 걱정을 떨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못해 강아지를 잘 다루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유호앞에 나타난 '못해 강아지'도 이예, 유호, 허지, 김서와 함께 털을 빗어내 못해 강아지를 돌려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유호에게 나타난 '못해 강아지'가 사실은 누군가 일부러 만든 가짜 못해 강아지였다! 가짜 못해 강아지는 탁구공만한 수백개의 까맣고 작은 덩어리와 걱정이 묻은 털을 동네방네 퍼뜨리고, 이를 막기 위해 가느다란 마법사와 친구들이 힘을 합친다. 마법사와 쓸모는 까만 덩어리를 뒤쫓고, 아이들과 타파하는 가짜 털을 망태기에 모아넣는다.

그와중에 불만이 쏟아진 허지를 달래던 친구들 앞에 너덜너덜한 옷, 구멍난 애착담요같은 '설마' 가 나타난다. 평소에는 안 이뤄지는 게 좋을 말들을 이뤄지지 않게 막아 주지만 견디기 버거워지면 말한 사람을 잡아서 말이 이뤄지게 하는 '설마'! 설마를 피해 숨어든 아이들과 가짜 못해 강아지에게 쫓긴 가느다란 마법사는 설마를 되살려 고쳐볼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가느다란 마법사의 가느다란 마법, 강철보다 강하고 솜털보다 부드러운 말로 이뤄낸 '말의 마법'을 시작한다.

걱정을 더는 방법과, 말에 담긴 무게에 대해 ‘가르침’이 아닌 ‘깨달음’을 주는 가느다란 마법사의 대활약이 담긴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곤경도 지나치지 않는 가느다란 마법사와 타파하, 쓸모, 그리고 네 명의 친구들이 함께 이어지는 흥미로운 실타래의 끝이 궁금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까만 덩어리와 종이 얼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이와 함께 가느다란 마법사의 세 번째 이야기를 벌써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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