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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은 아름답다
우은정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이화여대 졸업에 24살의 나이로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저자. 그녀가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입소까지 미루며 그동안 꿈꿔왔던 일을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해외여행 가기. 공부하며 힘들다 느껴질 때, 눈 앞에 붙어 있는 세계 지도를 보며 이겨냈다던 그녀는 일 년 간의 해외 여행을 위해 일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용을 마련했고,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하고 정보도 모으고 하며 계획을 짰다고 한다. 언어 공부 뿐만 아니라 가 볼 나라의 역사 공부도 했다고.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떠난 여행에서 저자는 319일이라는 시간을 타국에서 보내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에 착실하게 사용했다. 책을 통해 본 그녀는 물이 부족해 몇 일을 씻지 못할 때도 있었고, 하루 가까이 차 안에서 밥도 못 먹고 쪽잠을 자기도 했으며,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무지막지한 바가지 요금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놀랄 정도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환대와 도움을 받기도 했고, 각 국의 외국인들과 한 데 어울려 즐겨보기도 했으며,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도 했다. 첫 여행지 남아공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여행지와 다름 없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기까지 짜증나고 화나고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여태 좁은 틈에서 자기도 모르게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가르침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 안이라고 해도 내 집, 내 가족을 떠나 여행을 한다는 것을 '큰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온 나는 저자의 그 용기가 정말 부러웠다. 그 느낌의 반의 반이라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부러움과 함께 '나도 한 번..'이라는 마음이 슬그머니 일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내지 못하더라도 딱 한 달만이라도 불확실한 낯선 세계에 한 번 떨어져 봤으면...
모험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안정적인 것만 바라는 사회 속에 있다 보니 점점 소극적이 되어 가고, 불확실한 것에 대한 불안이 때때로 밀려 들어와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 장소, 그리고 심지어는 나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니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내 인생을 한 번 뒤흔들어 볼 경험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느낌들을 보며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건 나에게 단순한 여행 수기가 아니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고, 더 큰 세계를 보라고 독려하는 글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도 계획이란 걸 세워보려고 한다. 당장은 해야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잠시 미뤄두지만 이 목표점에 다다르면 반드시 모험을 해보리라. 안으로 밀어두었던 자신을 찾고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서.
표현하기도 힘든 감동과 공감, 도전에의 의욕 등등. 이렇게 많은 것을 전달해 주는 책을 만난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p.53
우리는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p.106
바로 그 순간, 내 두 손에 고인 그 물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부럽지 않았다. 씻을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이었다니. 물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니.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써왔던 물이 이렇게 나를 울게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여행을 떠나와 나는 울고 있었다. 너무나 행복해서. 진짜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했다.
p.341
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짐도 내려놓았다. 내 좌우명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다. 많은 사람들이 후회 없이 살자고 말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그렇지만 오만 감정을 가진데다가 불완전하기까지 한 인간이 후회라는 것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삶은 선택의 연속인데, 선택하는 것이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 또한 존재하기 때문에 후회가 뒤따르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후회를 하면서 배우는 것은 꽤 많다. 사실 스스로에게 중요한 가치를 알고, 그것을 좇아 살면 자연스레 후회는 하지 않는다. 후회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또한 후회도 결국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