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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스물아홉이다.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다.
나는 혼자다.
나는 취미도, 특기도 없다.
나는 매일 벌벌 떨면서 간신히 입에 풀칠할 만큼만 벌고 있다.
작가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은 스물아홉살 생일날을 자축하는 3평짜리 원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4년제 대학 졸업에 취업난 속에서도 금융회사의 정사원 자리를 얻었을 정도로 아마리(작가)는 나름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잘 맞지 않아 1년 뒤 그만두고 난 후 고난은 시작된다. 그 이후 정사원 자리에 취직을 하지 못하고 파견직원으로 3개월마다 재계약할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 29살 생일날... 친구도 없이 3평짜리 좁은 원룸에서 촛불도 다 꽂지 못할만큼 작은 조각케이크 하나 올려놓고 자축하던 아마리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절망감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첫번째, 하고 싶은게 없다는 죄!
이 책을 보는 사람들 중 다수는 공감하지 않을까?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잘 모르고, 그걸 생각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최근까지 그래왔다.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안보이고, 주위의 어른들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하고, 막상 대학 문턱을 넘어 넓은 곳으로 나아가면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음을 깨달아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했던 공부도 시들해져 버리고 말이다.
그래서 가슴 떨리는 꿈을 가지고 달려온 사람들이 항상 부러운 대상 넘버원이었다.
가난하게 살게 되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마음 속에 진하게 새겨졌다.
두번째,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는데 안정된 생활만 바라고 편안한 삶에 안주한 죄!
갓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 때까지도 돌봐주던 세상이 어느 한 순간 저만치 뒤로 물러났다고 느꼈을 때의 그 느낌이란...
안정된 그늘 안에서 편하게만 살아왔던 나에게 혼자된 느낌이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어른이 되었으니 혼자 감당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상대방을 얼마나 원망했던지... 남탓도 참 많이 하고, 아마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느끼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이 대목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나란 인간, 과연 살 가치가 있는 걸까?'
스물아홉이 지나 서른살이 되면 세상은 더 가혹지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리는 슬퍼할 사람이 조금이라도 남았을 지금 죽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죽는 것 마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살고 싶지도 않고 죽지도 못하고 자괴감에 빠져있던 그 때 운명처럼 눈에 들어온 티비 속 라스베가스 영상.
어차피 죽을거라면 미련도 남김없이 남은 생 단 하루라도 호화롭게 살아보자고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된 아마리의 고군분투.
호화로운 단 하루를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용기로 밀어부치면서 아마리의 눈에 흐릿하던 세상이 점차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p.62 '기적을 바란다면 발가락부터 움직여 보자.'
p.86 외톨이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무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외톨이인 것이다.
p.122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 세상은 온통 허울 좋은 포장지로 덮여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눈과 잣대만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
p.156 "요즘 여자애들은 서름만 넘으면 나이 들었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며? 웃기지 말라고 해. 인생은 더럽게 길어. 꽤 살았구나, 해도 아직 한참 남은게 인생이야. 이 일 저 일 다 해보고 남편 자식 다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할 만큼 길지. 100미터 경주인 줄 알고 전력질주하다 보면 큰코다쳐. 아직 달려야 할 거리가 무지무지하게 많이 남았는데, 시작부터 힘 다 쏟으면 어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딱 한마디만 해줄게. 60 넘어서도 자기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잘 찾아봐. 그걸 지금부터 슬슬 준비하란 말이야."
p.233 인생에서의 마법은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깨달았다.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생의 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살아갈까? 지금도 상상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끝을 생각해보면 아마리처럼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것만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며 펼쳐든 이 책이 마지막까지 울컥임을 느끼게 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걸 느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내 목표를 생각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해준 책!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