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서점에 신간으로 올라와있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따뜻한 책일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읽어보니 역시 내 예상대로 정말 기분좋게 따스한 책...
꼭 커피와 함께 해야할 것 같아 책을 펼치고 덮는 동안 세 잔의 커피를 마셔버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과 여름.. 여섯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난 웃음을 터뜨리기도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나기도 했다.
무지개곶 찻집의 주인인 에쓰코씨의 작고 평온한 가게에 찾아온 사람들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들었든, 의도적으로 찾아왔든 마음에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최근에 아내를 잃고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으로 떠났다가 우연히 곶 카페에 들른 도예작가, 구직활동에 지쳐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카페에 들르게 된 대학교 졸업반 남학생, 일자리를 잃고 가족까지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교통비라도 훔칠 생각에 카페로 들어온 중년 남자, 정리 해고를 당해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곶 카페의 단골손님.. 모두들 에쓰코씨의 찻집에서 위안을 얻고, 혹은 용기를 얻고 간 사람들..
이 사람들이 듣고 느낀 것들 전부 나도 듣고 느끼고 싶은 말들이었기에 노트에 구절을 적는 책을 읽는 내내 바빴다.
p.36 '틀림없이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물체의 존재 의의까지 간단히 바꿔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미와 내가 이제부터 걸어갈 미래도 마음가짐 하나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p.53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잃지만, 또 그와 동시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얻기도 하지요. 그 사실만 깨닫는다면, 그 다음부턴 어떻게든 되게 마련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랬다.. 잃는 것과 동시에 무엇인가 얻기도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내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했었다.
p.93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마음에 거짓 하나 없는 상태로 그저 쭉 뻗은 외길을 돌진하는 이 쾌적한 기분...... 이젠 옆길로 새고 싶지 않았다. 늘 도망갈 길을 찾던 나날은 이제 그만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순간 드디어, 희미하긴 하지만 내 속의 진심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에도 없는 구직활동에 지쳐있던 이마겐이 곶 찻집을 찾고 난 후 다시 그 곳을 가며 한 생각...
진심을 만난 이마겐이 난 정말 부러웠다. 아직까지 난 여러 갈래에서 저울질 하는 느낌이니.. 떳떳하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혹시나..하는 마음의 길을 두고 있다. 다른 것으로 대체할만한 것을 찾으며...이 구절을 보고 나도 내 속의 진심을 만나기 위한 무언갈 해야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p.144 "실수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p.146 "인간은 말이죠. 언젠가 이렇게 되고 싶다는 이미지를 품고, 그걸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꿈과 희망을 다 잃고 더이상 기도할 게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하지요."
그러고보니 불과 몇 년 전까지 난 되고 싶다는 이미지를 품고 그걸 마음속으로 기도하곤 했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차차 기도를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 탓이었을까? 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건..
p.254 "과거를 그리워하는건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아닐까? 괴로웠던 일까지 포함하여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기 때문에 너희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거란다. 겹겹이 쌓아온 과거의 시간이 바로 지금의 너희니.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에쓰코의 말을 보고 '아!' 하고 놀랐다. 난 과거를 그리워하는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긍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만 쭉 생각해왔는데..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거구나' 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나에 대해, 현재에 대해 생각해 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고 깨달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을 만나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다른 책들도 전부 찾아봐야겠다... 안그래도 부족한 책 보관장소가 더 부풀 듯..
그런데 정말 에쓰코씨처럼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하며 커피를 내리면 맛있는 커피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