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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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책방이 있던 시절, 서점 직원들은 책마다 짧은 추천사를 메모지에 적어 남기곤 했다. 때때로 주제에 따라 책을 모으기도 하였고. 그런 서점을 떠올리게 한다.

은유 작가의 「해방의 밤」은 꼭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같다. 작가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책들을 경험과 엮어냈으니, 글에 공감하기도 어렵지 않다. 술술 잘 읽혔다. 그러니 책 큐레이팅을 겸하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든 싫든 현대인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고자 하는 습성을 지니고 말았다. 책은 많고 읽을 시간은 없다. 아주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독서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울 지경이다. 나는 그게 잘 안 되는데. 사서라 하여 모든 책을 아는 건 아니니 내 경험, 내 감성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을 찾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마다 짤막한 감상과 추천사를 적어주는 서점도 점점 줄어들고, 그나마 있다는 독립서점도 동네에 있지 않으면 방문하기 여의찮다. 「해방의 밤」은 책을 찾으나 지식 습득보다는 개인의 경험에 어울리는, 나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문구가 있는 책을 찾아줄 수 있는 책이다. 실제로 나는 한 모임에서 노동 관련 도서를 선정해야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모임에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기득권도 고통받는다는 말>과 같은 글에서는, 은유 작가의 경험을 따라가다보니 나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고 책에는 그 권수만큼 다양한 삶이 녹아 들어 있다. 삶과 책을 엮어낸다면 경험의 폭은 넓어지고, 타인에 대한 이해 또한 그 깊이를 더해갈 거다. 「해방의 밤」은 생각이 많은 밤에 '나'라는 개인에 제한된 경험과 감상을 훨씬 넓혀줄 수 있는 책이다. 진보 의제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 읽는다면 더욱 그 효과를 크게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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