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으로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인간의 조건」을 선물로 받았지만...아직 열 엄두가 안 난다. 입문서를 좀 읽고 열어볼 걸 그랬나? 아직 머리에 체계라는 것도 제대로 안 잡힌 내게 너무 어려운 과제를 부여한 건 아닐까...어쩌겠는가...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이미 열어버렸다. 사실 사람 이름을 외우고 챙기기가 아직 어렵다. 나는 공부 오래 하기는 글러먹은 거 같다...내용 파악이 어렵다...그나마 대중적이랬는데... ...아니다, 그냥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렇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쓴 포스트에서도 연민에 대해 언급했다. 인간이라면 연민과 함께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필요한 건 참 많지만 연민을 바탕으로 한 연대의식이 없다면 시민으로 산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 같다. 연민이 있어도 연대하지 않는다면 함께 전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연대하나 연민이 없다면 그 의중이 심히 의심스러워질 거다. 사실 연민이 없으면 연대는 어렵다고 본다. 그것은 연대라기보다는...오월동주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상대를 도구로 취급한다든지.
잠깐 옆 길로 새 버렸다. 원래 강의 중에도 딴소리가 제일 재밌는 법이다. 사실 우리는 「진화 신화」에서 묘사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문학적 허용을 적용하자면, 모두 마음먹은 대로 진화하고 있다. 관상은 '싸이언스'가 아니지만 인상은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름이 삶의 지도고 눈동자는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비슷한 성정을 지닌 이들을 모아두면 어찌 그리 서로 비슷하게 생겼는가? 얼굴을 빼다 박았다는 말이 아니다. 인상이 말이다. 그 이목구비의 오밀조밀한 조합이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몇몇 유명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럴지 모르겠다. 예시를 들고 싶은데 부적절한 예시밖에 떠오르지 않아 삼키게 된다...
결국 주인공도 자신이 생긴 대로 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현대사회에는 다소 부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시대의 부름, 민중의 소망...주인공 본인은 이로부터 멀어지려고 그렇게 도망갔지만 결국 용이 되어 승천하고 비를 내렸다. 그토록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 자신이 갈 길대로 진화하여 가버렸다. 나는 이 과정이 참 맘에 들었다. 그토록 스스로를 부정하고 또 부정해도 결국 사람은 갈 곳으로 가게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우리는 그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이론을 같은 맥락에 둘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