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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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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정보도 없이 서점에서 우연히 <칵테일, 러브, 좀비>를 사서 읽은 후 조예은 작가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적이 있다. 그때의 기대를 가지고 읽은 이번 소설집은 뒤표지에 쓰인 대로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다만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막막하고 처참하기에,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쪽에 머무르길 선택한 용기를 가진 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208쪽)길 바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인육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꿈속에 들어와 악몽을 만드는 몽마까지 사랑스럽게 보인다면 믿길까. 그 기묘함마저, 그 미련함마저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는 인물들이 복작복작 모여있는, 이 세계의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리게 만드는 책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이 시원하고 달큼한 책을 얼른 읽어보시길!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 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이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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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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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방송 <방구석 1열>과 유튜브 채널 <무비건조>에서 익숙하게 뵈어 온 주성철 평론가님의 첫 평론집! 그간 읽어 온 영화 평론집은 목차별로 한 영화를 진득하게 파헤치는 쪽이었다면, 이 책은 여러 영화를 넘나들며 감독, 배우, 장르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쪽이다. 하나의 영화(감독/배우/장르)에 쓰인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얇지만은 않다. 한 작품을 심층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여러 영화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유를 통해 다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다른 장르에 속하는 영화임에도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더 나아가는지를 통찰하고 있기 때문.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닿을 수 있고, 이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영화의 재밌고 씁쓸한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여러 작품을 다루는 과정에서,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기자님의 애정이 잔뜩 묻어나서 좋았다. 어떤 것을 오래, 열심히 사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반짝거림이 이 책에는 있다. 이런 반짝거림이 잘 묻어나는 책 속의 한 구절을 함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감독의 집중력과 스태프의 기술력, 그리고 배우의 컨디션이나 현장의 날씨 등 그 모든 미완성인 것들이 모여 마치 완벽하게 연출된 것인 양 관객을 유혹하는 게 영화다. 난 근본적으로 미완성일 수밖에 없으면서도 마치 제대로 완성된 것처럼 너스레를 떨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예술의 속성이 매혹적이면서 때론 귀엽다. 그리고 100년 넘는 영화의 역사라는 것이, 어떻게든 그 틈새를 채우기 위한 안간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와의 스킨십이란 바로 그 틈새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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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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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다소 거칠게 요약하자면 '미군정기, 윤박 교수가 살해된 후 지목된 세 여성 용의자를 추적하는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안의이자 탐정인 여가성과 기자 권운서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세 여성 용의자-편집장 선주혜, 가정주부 윤선자, 소설가이자 윤박 교수의 조수인 현초의-를 추적해 나가는 와중에, 세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들른 호텔 포엠을 운영하는 에리카라는 묘연한 여성이 끼어든다. 


미군정기, 혼란한 역사의 소용돌이와 치열한 이념의 싸움 속에서 이 여성들이 각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 그들이 겹쳐지고 불현듯 이어지며 주고받은 것은 무엇인지 풀어내는 와중에 마고 신화가 함께 엮어나간다. '세상을 창조한 여성 신'인 마고가 '남성 중심적 해석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해치는 불온한 마녀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설, 204쪽)한 과정과 남성 중심적 질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의 사연은 꽤나 닮아있다. 그래서 그들은 마고(마녀)라 불린다. 


세상은 갈수록 나쁜 쪽으로만 향하는 것 같고, 선함은 악함에 지는 것 같고, 그것을 그저 지켜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낙관할 힘을 잃어버릴 때가 더 많다. 그런 나에게 <마고>는 또 다른 문장을 건네준다. '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183쪽)


한정현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동안 그가 만들어 온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고, 그들은 단단한 연대를 주고받는다. 서로를 결코 잊지 않으려 애를 쓰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낙관의 시작을 발견한다. 내가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 그것들은 이렇듯 한없이 나빠지기만 하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낙관의 시작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마고>가 나에게 준 벅찬 힘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게 바로 낙관이야. 우리는 낙관할 수 있어. 우리가 잊지 않고 있으니까."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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