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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의 <내가 늙어버린 여름>을 읽으며 이 드라마들이 떠올랐다.
나의 인생드라마인 <디어 마이 프렌즈>와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그레이스 앤 프랭키>!
두 작품 모두 노년층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다정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가끔씩 '아, 왜 저렇게 행동하실까? 나라면 저러지 않을텐데' 혹은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을 보고 난 후, 내 자신이 그런 생각들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 작품들이 특정 사건이나 에피소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내가 늙어 버린 여름>은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더 자세하고 솔직하게,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직접 쓴 '글'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의 활자는 비교적 큼직하고 자간도 넓은 느낌인데,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학자로서, 여성으로서,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늙음'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그려낸다.
22챕터가 이와 관련된 개별적인 고백으로 이뤄져 있는데, 결코 감정적인 후회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작가가 느낀 감정이 솔직하게 적혀 있지만 관찰과 담담한 서술로 채워지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작가가 열정적으로 임했던 젊은 시절의 자신의 경험들과 그 당시의 생각들, 또한 현재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을 온전히 서술한다. 이 책에는 현재의 '늙어가는 과정'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과정을 반추하는 내용 역시 담겨 있다. 작가가 느낀 것들과 느꼈던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모습의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큰 틀은 삶의 두려움은 항상-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어쩐지 안도감을 주었다.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하려면 반드시 기울여야 하는 노력 앞에서 내가 포기하고 항복할까 봐,
그냥 움츠린 채로 살고 싶은 욕망에 백기 투항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또 내 나이엔 현실을 외면해도 괜찮다고, 새로 비밀번호를 만들고 외워야 하는 시대의 요구 앞에서
슬쩍 고개를 돌려도 용서과 된다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할까 봐 두렵다.
결국 모든 소통을 단념하게 될까 봐 무섭다.
69-70쪽
열심히 공감하며 읽다가도, 한편으로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신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서술한 부분을 읽으며
'아이고 정말 힘들겠다. 계속 새롭게 배워야 하는 건..'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