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간을 잠식하는 가장 큰 공포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

📚
여름비의 쿰쿰함을 담은 호러 3편이 찾아왔다.

-5월의 어둠
은퇴한 사쿠타를 찾아온 제자.
그에게 형의 유작 시집의 해석을 부탁하는데..
해석을 하러 노력할수록 치매의 기미로 잃었던 옛기억들이 떠오르는 듯 하는데..
과연 그가 떠올린 기억은 무엇인지..

-보쿠토 기담
젊은 화가 요시타케를 꿈에서 찾아오는 검은 나비.
요시타케는 나비가 자신을 어딘가로 이끄는 듯 하는데..
꿈에서 깨어나면 죽음과 비의 냄새를 함께 맡는듯 하다.
현실과 꿈사이에 방황하던 그는 스님께 찾아가 나비의 존재의 의미를 묻는데..
그가 나비를 쫓아가게되면 결국 '지옥'이라는 말을 듣게되고..

-버섯
그래픽 디자이너 스기하라 신야.
아들을 위해 산속 별장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이사 후, 얼마안되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리고..
결국 홀로남은 그의집 마당에 돋아난 하나의 버섯.
점점 그의 집 안으로 번식을 하게되고..
결국 스기하라는..

찐득찐득한 여름 습한 더위를 날려줄 수 있는 호러물을 만났다.

🖊
언어는 잊지 않는다. 사람은 잊어도, 문장은 끝내 기억한다.

🖊
비는 모든 것을 씻지만, 죄는 남는다.

🖊
나비는 유혹이었다. 하지만 그 유혹은 죄의 냄새와 닮아 있었다.

🖊
악의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자신 안에 있다.

🖊
버섯은 말없이 퍼졌다. 죄는 늘 그렇게 번진다.

🖊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집은 살아 있었다.

💛
표지부터 강렬한 호러를 만났다.
세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던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할 무렵..우리 나라의 여름은 안녕을 고하고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10월임에도 열흘이상 장대비 같은 비가 내리는 걸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들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본죄의 진상과 그 죄들을 덮고 살아온 세월.. 그리고 그것들을 참아내면서 그들도 모르게 잠식한 불안과 공포들을 비의 모습, 비의 촉감, 비의 냄새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이용하여 최대치로 올려놓았다.

특히..
첫번째 작품에 적힌 이야기.

"언어는 잊지 않는다. 사람은 잊어도, 문장은 끝내 기억한다."

는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맴돌며, 읽는 나로 하여금 이유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킴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글의 힘이었다. 작가는 펜 하나로 독자들의 생각을 잠식한다. 마지 꿈속에서 몰래 찾아오는 나비처럼 살랑거리고, 포자로 인해 무한대로 번식하는 버섯처럼.. 공포에 사로잡힌채,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채로 책을 놓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