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도시 백서 - Snow White City
이신조 지음 / 열림원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시마다 마사히코의 <로코코 거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한국의 미래에 정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어쨌든 독특한 도시에 관한 끌리는 이야기.

제목을 보고 "어라? sf인가?"싶어 들쳐보지도 않고 빌려온 책.(어이?)말하자면 근미래 sf라고 할 수도 있겠다.순수문학이라고 봐줄 수도 있겠지만,나한테는 순문학같기도 한 sf쪽의 느낌이 더 강했다는 정도.sf로 분류하는 사람도 꽤 있더만.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였다.제목처럼,<만토>라는 가상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요 도시의 설정이 참으로 매력적이다.한참 전쟁을 하던 <제국>과 <공화국>(이들은 같은 민족이다)이 통일을 해 <연합국>으로 새로 태어나는데,통일에 수반되는 여러 비밀스러운 임무들-통칭 통일국가안정기초협력사업-이 없을 수 없고,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되는 사람들이 사는 ,예전 국경에 위치한 대형 마트처럼 한날 한시에 개장된 계획행정도시-그것이 <만토>이다.

만토의 사람들은 수많은 서류 심사를 거친 성인 남녀이고(아이는 물론 물고기를 제외한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겉으로는 도시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일들을 하지만 어떻게든 통일국가...사업에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항상100,375명의 시민수를 유지하며,통행금지가 있고 숙박업소가 없고(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으므로) 시외전화를 걸 때마다 자료가 남는 도시,중앙청사인 <거울탑>의 전광판에는 임무를 위한 시적인 암호문들이 종종 보이는-기묘한 도시.

이 도시의 이런저런 설정들과 그 표현이,오호라 멋지구나!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여섯 남자와 한 여자가 바 <스노우 화이트>에서 만난다.(그들을 <난쟁이>로 표현함으로서,백설공주의 모티프도 빌려온다)그녀는 모든 남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그녀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들,그들의 이야기들,그것이 이 이야기이다.

이야기 자체는,그렇게 확 빠져들 정도의 즐거움이나 흥겨움을 주지는 않지만 -많은 순수문학,특히 한국 순수문학들이 그렇듯이 그들의 일상은 담담하고 조금은 무기력하게 흘러가므로-이 만토라는 도시를 접한다는 것은 기이하고 흥분된 지적 유희가 되고,이 글에서 가장 흥미를 제공하는 요소이다.만토에서 살기 때문에,그에 맞춰 사는 삶이라서 일어나는 일들.<만토>라는 기묘한 도시는 모든 주인공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주인공들의 캐릭터도 잘 드러나 있고(여주인공이 영 맘에 안 들기는 해도)

이런저런 의미들로,상당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남북의 통일 이후의 여러 면들이 궁금하신 분들,행정도시가 어떤 식으로 기능할까가 궁금하신 분,통행금지가 있고 모두가 중앙정보부원같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그 이유로 서로가 벌이는 머리싸움도 조금은 나온다)가 궁금하신 분,<로코코 거리>를 즐거이 읽으신 분들에게 추천,<1984년>을 괜찮게 읽으신 분들에게 추천,sf비스무리하다면 무조건 읽는 분들에게 추천,매력적인 한국 순수문학을 읽고프신 분들에게 추천,등등.내가 생각한 예상타켓층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남녀.(여성보단 남성에게 어필할 듯)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만토에서는 무언가 확실해지는 것만큼 무언가 더욱 불확실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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