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 생활과 사유의 변화를 엿보다 - '오주연문장전산고'를 통해 본 조선 후기 생활 문화
주영하.김소현.김호.정창권 지음 / 돌베개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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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붙임.

 

책이 책을 말하게 하다. 이는 말씀이 말씀을 말하게 하라, 곧 연관 읽기,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논어보다 황제내경을 먼저 공부하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썼다.(http://blog.naver.com/sdg00/220632595851)


그런데 웬걸. 앞서 읽은 황제내경에 이어 읽는 <<19세기 조선,,,>> , 곧 오주 이규경 역시 몸이 격물치지의 출발점임을 주장한 바 있다는 것이다.


무릇 격물格物·궁리窮理한다는 학자로서 인형人形의 내경內景·외경外景의 장부臟腑와 골육骨肉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앉아서 천문·지리나 담론하면서 스스로 그것을 고상한 운치로 삼고 천고千古를 무시하는 자가 있으니, 이것이 무슨 사리인가. 내가 이를 부끄럽게 여겨 이런 변증을 하게 되었다.(36면. 五洲衍文長箋散稿 19, 「人體內外總象辨證說)


그렇다고 인체, 곧 의학만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하튼, 최근 '의학' 혹은 '몸'은 역사학은 물론이거니와 인접 학문인 인류학, 철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광고, 미술 등 다양한 사회·인문과학 분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소재이다.(36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도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의생명을 붙들고 매진하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를 읽고 있다. 의학과, 인문·사회과학, 공학이 융합되는 것이 미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 특히 돌봄의 서비스는 좀처럼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조 시각 장애인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높았고, 때에 따라 막강한 권력을 지니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조선조, 특히 중기 이후로 갈수록 양반 사대부들은 지나치게 유학에 경도되어 시각 장애인의 역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들을 체계 내에서 밀어내고자 하였다.(187면)

조선 중기 이후 완고한 유학자들은 시각 장애인의 각종 역할을 비판하고 배척하면서 그들의 사회적 활동 영역을 축소시켰다. 그리하여 조선 후기로 갈수록 시각 장애인의 지위가 하락할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인식도 서서히 그들을 비하하고 천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188면)

시각 장애인의 지위가 격하되어 간 것은 여자들이 상속을 받다가 상실하게 된 것과 같구나. 경도된 체계와 사상!


일품 재상은 시각 장애인에게 "너"라고 하지 않고 중인 이상으로 대우하였다고 한다. 또한, 임금이 능침을 알현하기 위하여 거둥하고자 어가를 타고 들고 나갈 때 맹인이 으레 도포를 입고 떼를 지어 성 밖으로 나가 공경스럽게 전송하고 공경스럽게 맞아들였다 한다.(五洲衍文長箋散稿 47,  「明通寺辨證說) 물론 오주는 이를 해괴하다고 여겼지만. 정말 시각 장애인의 위상이 보통 사람과 같았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천시하게 되고 인권마저 유린을 당할 정도가 되었으니!

무릇 격물格物·궁리窮理한다는 학자로서 인형人形의 내경內景·외경外景의 장부臟腑와 골육骨肉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앉아서 천문·지리나 담론하면서 스스로 그것을 고상한 운치로 삼고 천고千古를 무시하는 자가 있으니, 이것이 무슨 사리인가. 내가 이를 부끄럽게 여겨 이런 변증을 하게 되었다.(36면. 『五洲衍文長箋散稿』 券 19, 「人體內外總象辨證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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