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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케인스 - 다음 세대가 누릴 경제적 가능성
존 메이너드 케인스 외 지음, 김성아 옮김, 이강국 감수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경제학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케인스라는 인물은 들어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케인스는 경기후퇴와 불황에 대해 재정정책을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완전 고용을 실현·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에만 경제를 맡기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닌 정부의 개입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자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케인스의 재정정책 외에 그가 생각했던 미래는 어떠한지 그리고 현재 저명한 학자들은 케인스의 생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더불어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시, 케인스”라는 책은 케인스가 쓴 100년 후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견한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에세이에 대해 21세기의 경제학자들이 답하는 형식의 책이다.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에서는 자본주의의 성장과 불평등, 부와 노동, 여가와 문화, 소비주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케인스는 2030년의 자본주의를 예측하면서 소득은 8배 이상 증가할 것이고, 소득이 증가하면 노동 시간은 줄어들고 남은 시간은 여가에 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들의 삶을 보면 여가 시간은 노동 시간에 비해 적게 느껴진다. 소득은 증가했으나 여가 시간은 늘지 않았다. 어쩌면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는데, 그 중 공감가는 것은 주위 사람보다 더 잘 살기 위한 욕구, 그 욕구가 더 일하게 했다는 것이다. 책에서 “어쩌면 케인스도 다른 경제학자들처럼 여가를 소비의 대체물로 여겼지만, 실제로 여가는 소비의 부속물인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특히 〈8장 역사적 맥락으로 본 경제적 행복〉의 글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생활 수준을 평가하는 데 두 가지 잣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잘 사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잘 사는가’라고 말한다. 경제,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잘살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크게 와닿거나 하지는 않는 듯하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위 다른 사람들보다 잘사는가라는 평가아닐까..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글에 방증이 있다. “sns 때문에 결혼,출산이 힘들어졌다.”는 글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훨씬 쉬워졌고, 박탈감 또한 커졌음이 분명하다.심지어 주위 사람이라는 비교대상의 범위도 매우 넓어졌다. 지난 수십여년간 경제, 기술의 성장만큼이나 개인의 행복이 커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노동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재미있었다. 노동을 하는 게 행복하다면, 그게 곧 여가라는 것이다. 기존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흥미로웠는데, 예시로 든 내용을 읽다보면 학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책의 묘미이기도한데, 케인스의 예견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학자들이 내놓는 여러 가지 가설과 견해들을 읽다보면 노동과 여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경제적 성장(소득)이 개인의 행복(여가)을 담보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