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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날들 - 감옥의 아버지와 주고받은 10년 동안의 편지, 수학자 안재구 가족 서간집 ㅣ 창비청소년문고 39
안재구 지음, 안소영 엮음 / 창비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부란 무엇인지요.
50을 바라보면서
새삼스레 모나고 둥근 것을 다시 느낍니다.
나를 절벽에다 밀어 던진 당신에게
미운 마음이 들다가도 어느새 깨끗이 가시고,
오직 아이들과 당신을 위해 헌신하게 됩니다.
그러다 또 문득문득 인생이 무엇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도 됩니다.
나를 위해 헌신해 온 당신도 아닌데,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늘 먼저 하면서,
나를 괴롭게도 한 당신인데 말이지요.
_ 엄마의 편지 중에서
안소영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던 건 아주 오래전으로 기억 되는데, 『책만 보는 바보』로 기억한다. 읽고 나서는 주변에 선물도 참 많이 했다. 조선시대 가난했던 선비 이덕무와 그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이 도서는 당시 너무 가난했던 선비 이덕무와 그의 사정을 딱히 여긴 친구들의 진심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데, 선물 받은 지인중에는 읽다가 눈물을 그리 흘리며 봤다는 후일담을 전해주기도 했고,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 뵐 때 이 책을 선물로 사갔을 만큼 애정을 듬뿍 담아내었던 기억들이 『봄을 기다리는 날들』을 접하며 따뜻한 봄날의 햇살처럼 소환되었다.
이덕무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방안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이동에 따라 작은 상을 옮겨가며 책을 읽었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훤히 보인다. 『책만 보는 바보』에서 처럼 『봄을 기다리는 날들』의 편지글 또한 담넘어 세상과 단절 된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활이나 가족의 일상을 전달하기 위해 글로 표현했는지 여실히 보인다. 경주로 가는 수학여행길의 기차 안에서의 풍경이며,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 즐겨 읽는 시에 대한 이야기에 읽고 있는 나조차 그 시대에 사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책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작가 안소영의 [나오며]를 보면, 이 당시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언급하는 엄마 이야기는 눈물이 앞을가려 그 길지도 않은 글을 읽다가 쉬고, 읽다가 쉬고를 반복한다. 남편의 옥살이 시작에, 구명 운동과 석방 운동을 하랴 에너지를 썻고, 자녀 넷의 마음도 돌봐야 했으며, 가정에 수입이 끊기니 생계를 위해 방문 판매용 화장품이며 옷 보따리를 들고 낯선 서울거리를 헤매기가 부지수, 이른 새벽 학교 다니는 아이들 넷의 아침과 대여섯 개의 도시락을 싸야 했던 한 여성의 고단한 삶이 너무 눈에 훤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너무 건강하고 바르게, 때론 안소영 작가 말따라 스스로의 검열을 해가며 잘 자라주었고,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남편은 자유를 되찾았으니 그 고된 시간의 보상이라면 보상이 되었을까 싶다.
누구나 자연스럽고 존엄한 삶을 살아 나가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 잘못된 시대와 사회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삶으로 보여 주신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는 작가 안소영. 아버지의 사랑과 성장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봄을 기다리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