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품고 슬퍼하다 - 임진왜란 전쟁에서 조선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활인검 이야기
이상훈 지음 / 여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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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을 품고 슬퍼하다” 책 제목을 이보다 더 잘 표현 낼 수 있을까. 


 


이순신과 같은 영웅이라고 생각한 사명대사가 잘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이를 알리고자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생각한다. 십 년이라는 긴 준비 기간을 거친 후에야 이 책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작가의 집념으로 이순신 이외에 또 다른 영웅을 아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흩어진 기록을 찾아 자료수집하고 정리하는 시간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보냈을 작가의 노고가 새삼 떠올라 감격스럽다. 


 


그간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의 서평을 잘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주고 싶지만, 나의 재주가 그의 업적이나 소설 내용을 실감 나게 잘 전달할 자신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명대사는 밀양 출신으로 맡길 임을 쓰는 임응규이라는 인물이다. 일본과 협상할 때 ‘송운’으로, 일본에서는 ‘설보화상’으로 불리었다. 임 씨의 한자는 대다수가 수풀 임(林)을 쓰기 때문에 맡길 임(任) 한자를 쓰는 사명대사의 한자를 보면서 반가웠다. 혹시 나의 조상은 아닐지 하는 생각에 내가 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사명대사는 본관이 풍산임 씨이다. 나와 다르다. 안타깝다. 나는 풍천임 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맡길 임 한자를 사용한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우쭐해지며 더 몰입하면서 책을 읽었다. 


 


 


몰락한 집안의 자제였으나 학문적으로 뛰어나며 천재적인 인물이었다. 열세 살 때 유촌 황여헌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의 명석함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런 응규를 황여헌의 여식인 황미옥은 사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끝내 맺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 응규는 아랑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아랑이를 잃고, 어머니, 아버지, 누이와 형을 잃은 응규는 스님이 되었다. 


 


응규는 승과 시험을 보기 위해 떠났던 한양에서 허봉를 만났고, 허봉의 동생인 허균을 알게 된다. 그들은 형제처럼 막역한 사이가 되었고, 허균은 응규 즉 사명대사를 많이 의지한 것으로 보인다. 허균에게 글을 남기라는 말을 했던 사명대사의 말을 따랐던 것일까. 그는 홍길동전을 썼다.


 


승과 시험에 장원급제 한 사명대사는 승과 제도가 폐지되고, 불교를 천시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누구도 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해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선조는 자신을 아첨하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할 뿐, 이순신과 사명대사의 상소를 무시한다. 


 


그러나 사명대사는 무고하게 죽어가는 백성들의 삶을 묵과할 수 없었고, 승려이지만 일본과 맞서 싸운다. 제목에서처럼 칼을 품고 슬퍼할 수밖에 없는 사명대사의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사명대사는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무사와 협상하기 위해 적장까지 서슴지 않고 들어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이순신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 역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선조의 무능함에 반론을 제기하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되었겠는가. 


 


 


스님이 되었어도 스님을 잊지 못하는 미옥은 원치 않는 박종필과 혼인을 하고 딸을 출산했다. 아이를 출산했음에도 미옥은 스님을 잊을 수 없었다. 미옥의 삶도 가혹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인 빈과 함께 일본의 포로가 돼 일본에서 십 년 이상을 살았다. 사명대사와 미옥, 미옥의 딸 빈과 손현의 운명의 장난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되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혹하고, 처참한 상황들이 사람들의 폐부를 거침없이 찔러댔다. 


 


백성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나가고, 적장에 자신의 몸을 던지며,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 포로를 송환하기 위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갔던 사명대사가 그 시대의 영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이외에도 많은 영웅이 조선에 있었을 것이다. 다만 기록되지 않아 전해지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록을 찾기 오랜 시간 공들여 이렇게 소설을 써 준 작가가 있어 다행이다. 이런 작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무능한 왕 아래 조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의 조상들을 찾아내야 하고,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역사가 있어 내가 존재하고,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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