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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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틸먼 작가는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이다. '어머니를 돌보다'는 릴 틸먼과 그의 언니들이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 느꼈던 일들에 대해 솔직하게 쓴 책이다.

의학 발달로 고령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고,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일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사는 주변으로 요양병원을 잘 찾을 수 없었으나 지금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즉 노령인구의 돌봄이 증가했다는 증거 아닐까?

지금처럼 돌봄이 많이 필요한 시대보다 훨씬 전, 릴 틸먼 가족들은 어머니를 돌봤다. 몇 년 전 나의 경우는 어머니의 병명을 발견하는 데 거의 2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가는 병원마다 자신의 의학적 지식 안에서 문제가 없으면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통합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분야가 아니어도 다른 분야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도 좋으련만 그러지 않아 엄마의 병명을 찾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이 책에서 역시 어머니를 진찰하는 의사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어떤 의사는 세심한 부분까지 파악했지만, 어떤 의사는 대충 해버렸다는 느낌이었다. 돌봄이 사회의 중요한 쟁점이 되지 않는 시대에 작가의 가족들이 어머니의 돌봄을 시작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과히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한 사람을 고용하면서도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어떤 때는 사람을 관두게 했고, 어떤 때는 어머니가 좋아해 그저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다.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돌봄이 상당히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몇 년 전 어머니가 아프셔서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자식 모두가 어머니를 돌아가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안돼 어느 한 명에게 부담이 쥐어진다면 그야말로 삶은 고통일 것이다.

이런 일이 머지않아 필요한 나이가 될 터인데, 이 책을 읽으며 걷잡을 수 없는 세월이 느껴져서 가슴이 저며왔다. 그러나 삶을 편안하게 보내려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생기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최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해야겠다.

지금보다도 어려운 환경에서 세 자매가 어머니를 돌봤다. 돌봄을 시작한 세 자매의 삶은 언제나 어머니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런 상황은 어느 가족에게라도 찾아올 수 있다. 이 책의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은 끝까지 요양원을 보내지 않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그래서인지 그들의 삶에 흔들림이 자주 찾아온 듯하다.

지금처럼 돌봄이 잘되어 있는 환경보다 훨씬 전 어머니를 돌보면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썼지만 지금도 사실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돌봄의 형태란 가족 돌봄이라면 요즘은 가족 돌봄에서 타인의 돌봄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삭막하고 쓸쓸함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가족 모두에 짐을 지울 수는 없다.

예전 재활병원 근처를 지나다가 한 어른을 만났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수술 후 재활병원으로 옮겨온 상태라고 말하며 돌봄의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간병인이 있지만 신경안 쓸 수가 없어 주 1회 병원을 방문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간병 비용과 병원비가 상당히 부담된다고도 말했었다. 한 달에 4백 이상을 나간다는 말을 들으며 깜짝 놀랐었다. 자식들이 나눠 부담하고 있지만 큰 부담이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처럼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환경에서도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작가가 어머니를 돌보던 시대에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어머니 수술 후 병간호하며 힘겨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오랫동안 아프면 견뎌내는 가족 역시 고통스럽다.

이젠 내 나이 또래도 점점 부모를 돌봐야 하는 세대가 되어 가고 있어 가볍게만 읽을 수 없는 주제의 책이었다. 나의 부모, 나의 미래 돌봄에 대해서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그려보았다. 아직 닥친 미래는 아니지만 막연하게 두렵다. 작년 간병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었는데 그 당시 젊은 친구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돌보다 자신의 인생까지 놓쳐버린 것을 봤다. 거기에 빚까지 얻는 상황에 가슴 아파하며 시청한 기억이 뚜렷하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돌봄이란 개인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 정책적으로 돌봄에 대해 시스템을 마련하고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돌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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