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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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도경, 연주, 요시다, 아오이,

이장평, 이편수, 히로시, 나오시게 장군, 유정 스님, 소우, 센 리뷰 등

 

“염부”에 이어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 단연코 추천하는 고품격 명품 역사 소설이다.

 

역사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 역사는 무조건 암기하는 과목이었다. 즉 재미없고, 흥미 없는 과목이며, 단지 시험을 위한 과목이었다. 수업 시간 50분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독서를 시작하면서 내가 역사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암기식보다 이야기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는 몇 년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이 짧다. 역사 교과서를 조금 재미있게 쓰면 안 되는 것일까.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천천히 한 시대를 길게 가르치며 한 시대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사례로 들며 가르치면 안 되는 것일까?

 

소설책은 어느 한 시점에서 일어난 일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 그 시대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교육 현장에도 접목하면 역사를 어려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역사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는 일이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역사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역사 소설을 통해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낀 상태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역사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재미있게 역사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럴만한 책이다. 소설이지만 작가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시대에 대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고증하였다.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저자는 숱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저자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고 싶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사기장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우리나라 사기장이 만든 막사발 ‘이도다완’에 대해 알 기회였다.

 

명나라 어기창의 자료만 모으는 데 저자는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소설의 일부 내용인데도 3년이 걸렸으니, 저자는 이 책을 완성하기에 얼마나 공들였는지 짐작 가지 않는다. '나'라면 애저녁에 포기했을 것이다.

 

작가가 포기하지 않고 집필해 준 덕분에 올해 “제왕의 잔”이라는 명품 책을 내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영광이다. 1년 안에 천천히 이 책을 다시 손에 들어야겠다.

 

한중일 삼국의 도자기 관련 논문 30여권

삼국의 도자기 역사와 비교 분석 자료 8,000여 장

관련 서적 40여 권

이도다완 관련 자료 5,000여 장

임진왜란 관련 자료 4,000여 장

부산 왜관 및 일본과의 무역 기록 2,000여 장

일본 내 조선 사기장에 대한 기록 500여 장

관련 인터뷰와 신문 기사 및 그 외 자료 1,000여 장

일본 전국시대 정치 상황과 일본의 차 문화 관련 자료 500여 장

영상 자료 12개와 사진 자료 300여 장

중국 경덕지 어기창, 경남 사천의 이도다완 가마, 일본 아리타현 방문 취재 등

자료 수집 기간만 총 5년에 자료 분석 2년, 실제 구상과 소설화 작업 1년 정도의 대장정을 마쳤다.

 

- 429p

 

저자는 엄청난 자료를 통해 이 소설을 구상했다. 그녀의 소설 덕분에 수업 시간에만 듣던 우리나라의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 수 있었고, 이야기를 통해 들으니 더욱 와닿았다.

 

우리나라의 토양과 일본의 토양이 다르고,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 물, 불을 도자기에 온전히 입혀야 한다고 한다. 이 기술을 일본이 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로 풀어내니, 흥미진진하면서도 화가 난다. 호시탐탐 한국을 침략하려는 일본이 군사 무기인 조총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도자기 하나로 맞바꿀 수 있는 조총이 많으니 어찌 한국의 사기장을 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제왕의 잔" 주인공 도경은 양반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조판서 출신이다. 그는 양반 출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다. 그저 흙이 좋았다. 스승 해동 곁에서 도자기를 배웠고, 그의 어머니 역시 해동의 곁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경의 남다르고 특출한 도자기 솜씨는 명나라의 황제도 감격하였다. 이를 질투하며, 부러워했던 요시다는 소설 내내 도경을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하고, 자신의 이복형제임을 소설 마지막쯤에 알게 된다.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다.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면 ‘그들이 이복형제일 것이다.’라고 추측되지만 소설 전후반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도경은 연주를 사랑했고, 아오이는 도경을 사랑했고, 요시다는 아오이를 사랑했다. 끝끝내 서로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사랑이 이뤄지는 것이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은 아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도자기를 향한 열정과 야망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 관계 속에서 이야기는 급진전되었다가 느려졌다가도 한다. 이 소설에서 그들의 관계가 이 소설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가 과연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일본에서 국보급으로 대우하는 막사발 “이도다완”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던 것을 아닐까. 정작 한국에서는 이도다완의 우수성이 잊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에게 목청 높여 말하며, 우리에게 뉘우침이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막사발에 반한 일본이 우리나라 사기장을 탐하였다. 왜 우리는 막사발 하나로 여러 개의 조총으로 바꿀 수 있는지 알지 못했을까. 우리나라의 흙으로 만든 우리의 사기에 대한 한국만의 특색 있는 이도다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하라고 강력히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이도다완을 빚는 사람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소설이 드라마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드라마 작가 출신이니 충분히 드라마화를 추진해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이도다완의 우수성은 물론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예술이라는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도다완에 대해, 우리나라 사기장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탐했던 일본에 대해 많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해 준 작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느라 고생했을 작가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그녀의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그 희망이 하늘에 아닌 독자에 닿기를 바란다.

 

*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쓴 리뷰입니다. 그러나 올해 염부에 이어 추천하는 책입니다. 리뷰를 최대한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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