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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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도서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나는 <고창신재효문학상>에 대해 전혀 몰랐다. 


<고창신재효문학상>은 전북 고창의 역사, 자연, 지리, 인물, 문화 등을 다룬 작품이어야만 출품할 수 있는 것 같다. 작품을 출품할 때, 이미 지역적 제한이라는 조건이 있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염부>를 읽으며, 내가 우려했던 생각이 단박에 뒤집어졌다. 


<염부>를 읽으며, 전북 고창 지역에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 파헤치고 싶은 소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염부>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가슴 아픈 민족의 삶, 가족의 애환, 슬픈 사랑 등 전반적으로 어두운 우리네의 삶을 담았지만, 그것을 관통하여 조선시대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고창 지역에서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사 자격증을 통해 배웠던 1910~1940년대 잔혹했던 역사를 다시 한번 소설 속 등장인물과 배경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슬프고 애통했던 우리의 역사가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당장 나와 내 이웃이 겪고 있는 일처럼 느껴져 서글펐고, 억울했고, 분했다. <염부>에서 서로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하는 연인, 창씨개명은 물론 일본 군대에 팔려 가야만 했던 어린 소녀, 잘못된 만남으로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흉측한 흔적을 남기며 결국 “염봉” 스님으로 삶을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비극적이었을까 싶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천일염 생산이 아닌 숱한 고통을 참아가면 소금을 생산하는 염길 아버지인 강석대의 고된 삶이 애달프면서도 한편으로 명맥을 지키려는 그의 숭고한 정신에 탄식이 쏟아진다. 



조금 더 쉬운 길,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마다하고,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일이 어찌 고통스럽지 아니하겠는가. 염부가 소금을 얻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고스란히 잘 변하진 않는 소금으로 탄생한다. 잘 변하지 않는 맛으로 인해 염길이와 아케미 사이에서 낳은 딸, 코코네를 결국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 해주는 강석대 염부의 소금, 그 소금이 아니고 천일염이었다면 인연의 끈은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졌을 것이다. 



“ ‘말이 염전이지 사람을 써서 대규모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종일토록 물을 져 나르고 불을 때서 소금을 만드는 전통 염전’의 염부(鹽夫)는 ‘뜨거운 뙤약볕과 소금물에 절고 밤잠을 설쳐가며 불을 지펴야 하는 고된 직업’이었다.” - 408p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사랑 이야기보다 1910~1940년대 전북 고창에서 일어난 다양한 계층의 사람 이야기를 끄집어내 그 시대상을 알 수 있게 한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전북 고창의 판소리꾼, 천자문을 가르쳤던 허 생원, 염길과 같이 고창고보를 다닌 친구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전북 고창의 상세한 역사 현장으로 개입되었다. 그 개입이 나쁘지 않다. 서울 중심 역사가 아닌 지방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이런 소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한다. 



역사책으로 배우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 나를 흥분케 한다. 그저 암기식으로 외우는 역사보다 사실과 자료의 고증을 통해 쓴 소설이 더 역사를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창신재효문학>의 날로 발전하기를 학수고대해봐야겠다.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나다니, "야호" 하고픈 날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그러나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 이 소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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