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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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바다, 온통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물거품으로, 말발굽을 울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푸른 표범 일곱 마리

푸른 개 일곱마리

푸른 바다 일곱 개가

일곱 개 혀로

바위섬을 훑고

입맞추고, 적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다라는 이름을 되풀이하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中 29쪽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우편배달부 마리오에게 시란 '메타포'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읊어준 자신의 시다.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 국민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위대한 시인이며 공산주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소설로 실존인물인 네루다와 가공 인물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로 독자들로 하여금 네루다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마리오는 '이슬라 네그라'라는 작은 어촌마을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마을의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물고기 잡는 일을 하여야 하지만 도저히 그 일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중 시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인 네루다에게만 우편물을 전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되어 네루다와 우정을 쌓게 된다.

이야기 중 네루다는 마리오가 시를 쓸수 있도록 조언도 해주고 열렬히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와 결혼에 골인하게 도와주기도 하는 등 어촌마을에 조용히 스며든다.

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루다는 병들어 죽고 만다.

칠레 또한 지난한 정치 역사를 갖고 있다. 네루다가 함께하는 공산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우파 세력은 공산당 정권의 정책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결국, 군부에 의해 대통령이 살해되고 군사 독재정권으로 이어진다.

네루다는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산당 정권시절 프랑스 대사로 나갔다가 몸이 극도로 안좋아져 네그라로 돌아오지만, 군사쿠테타 이후 가택에 연금되어 있다 결국 죽음을 맞고 만다.

마리오는 마을 사람들과 엄혹한 감시속에 네루다의 장례를 치러 주지만, 결국 그도 잡혀가 소식이 없게 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작가 스카르메타가 창작한 소설이지만, 작가 자신이 흠모해 마지 않았던 위인의 이야기이기에 실제로 있었을짐한 이야기로 다가와, 소설이라고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배경이 되는 '네그라' 라는 마을은 네루다가 살았던 마을로 유명 관광지가 되었고, 네루다의 죽음과 장례식까지 역사 그대로의 모습이니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는것은 당연하리라.

스카르메타의 삶 또한 네루다와 비슷한 면이 많다. 작가이자 정치인인 것도 같고, 네루다와 같이 외국 망명생활도 했고 외국 대사직을 역임하기도 했으니, 둘의 삶은 평행선을 긋고 있다.

스카르메타는 이 책을 쓰면서 동시에 같은 이야기로 연극 희곡과 영화 대본을 함께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하고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이야기로 만든 영화 '일 포스티노'는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약간 이야기가 각색되긴 했지만 그 감동의 여운은 엄청나다고들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흠모하게 되면 그를 닮게 되는 것은 진리. 스카르메타는 평생 마음속에 그의 영웅 '파블로 네루다'를 품고 함께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둘의 인생이 평행선을 그으며 나란히 걷고 있겠지....

나도 흠모하는 사람을 떠올려 본다. 몇몇이 떠오른다. 그들의 삶을 마음에 품고 나도 하루 하루 정진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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